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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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부동산 위기… 국영 기업까지 전방위 확산

비구이위안 디폴트 위기로 촉발
국영 건설사 38곳 중 18개 손해
헝다그룹, 美 법원 파산보호신청

최근 대형 민간 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로 촉발된 중국 부동산 위기가 국영 기업 등 전방위로 확산할 조짐이다.

블룸버그통신은 18일(현지시간) 기업 신고 자료를 토대로 중국 본토와 홍콩에 상장된 중국 국영 건설사 38개 가운데 18개가 올해 상반기 잠정 손실 상태라고 보도했다. 지난해에는 11개 기업만 손실(1년 기준)이 발생했고 2년 전만 하더라도 손실이 난 국영 건설업체는 4개에 불과했다. 올해 들어 중국 부동산 경기가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는 셈이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 SCMP 캡처

중앙정부 소유의 대형 개발업체 선전화차오청은 상반기에 17억위안(약 3120억원)의 손실이 난 것으로 전해진다. 상하이의 에버브라이트 자바오도 상장 이후 처음으로 반기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자산관리회사 중즈(中植)그룹처럼 은행처럼 신용을 창출하면서도 은행과 같은 규제는 받지 않는 그림자 금융의 불안도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의 그림자 금융 규모는 3조달러(약 4000조원)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 부동산발(發) 경제위기의 서막을 연 헝다(恒大·에버그란데)가 17일 미국 뉴욕 맨해튼 파산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헝다 측은 청원서에서 파산보호법 15조(챕터 15)에 따라 홍콩과 케이맨제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서 진행 중인 구조조정 협상을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챕터 15는 외국계 기업이 다른 나라에서 구조조정을 하는 동안 미국 내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진행하는 파산 절차다.

최근엔 비구이위안마저 디폴트 위기에 빠지면서 중국 경제를 둘러싼 경고음은 더욱 커지고 있지만, 당국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모습이다. 관련 통계조차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국의 공식 통계상으로 신규 주택 가격은 2021년 8월 최고치를 찍은 뒤 현재 2.4%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 기존주택 가격 하락치는 6%다. 하지만 민간 데이터 자료를 보면 상하이 및 선전과 같은 1급 대도시에서 기존주택 가격이 최소 15% 내렸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