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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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형 공정으로 회귀하는 中… 빈자리 노리는 인도 [심층기획-美, 對中반도체 견제 1년]

中, 美 제재 피해서 28나노 공정 박차
美·유럽 “반도체 수요 75% 차지” 우려
인도 “韓·대만 같은 칩 생산 거점으로”
美 마이크론·대만 폭스콘 등 투자 결정

중국은 미국의 제재를 피해 반도체 산업을 활성화시키고 더 나아가 독립된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는 생존전략을 세웠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은 28나노미터(㎚·10억분의 1)급 공정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만 TSMC,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이 2㎚ 공정 연구에 박차를 가하는 동안 중국은 10여년 전 기술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이다. TSMC와 삼성전자가 28나노 공정을 시작한 것은 각각 2011년, 2012년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국이 레거시(구형) 공정으로 회귀하는 것은 미국의 수출통제에 휘둘리지 않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18나노 공정 이하의 D램, 14나노 이하 시스템반도체의 생산 장비와 기술에 대한 중국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구형 반도체 수요는 전체의 75% 정도로 여전히 높다는 점도 중국의 생존 방향을 결정했다. 구형 반도체는 자동차나 5G 분야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어 향후 수요 증가도 예상된다.

세계 파운드리 5위인 중국 SMIC는 올해 7나노, 14나노 등 미세공정 라인을 28나노 공정으로 전환하고 하반기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중국 국영 반도체 기업 상하이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MEE·上海微電子裝備)는 최근 28나노급 노광장비 개발에 성공해, 중국 반도체의 전 공정 국산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 반도체 장비업체 도쿄일렉트론(TEL)의 최고경영자(CEO) 가와이 도시키는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중국에서 레거시 장비에 대한 매우 강력한 투자가 일어나고 있다”며 “올해만의 일시적인 추세가 아니라 앞으로도 수요가 계속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레거시 반도체 생산을 늘리는 데 대해 미국과 유럽 당국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이를 막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차세대 전력반도체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차세대 전력반도체는 기존 실리콘 기반이 아닌 차세대 화합물 기반의 웨이퍼로 제작한 반도체로, 최첨단 기술을 필요로 하는 분야가 아니다. 또 미국, 일본 등 경쟁국과의 격차가 상대적으로 작고 5G 및 전기차 등에도 사용돼 중국 내수시장에서 많은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중국 내 독립된 공급망과 생태계를 구축해 미·중 경쟁에서 레버리지로 활용하려는 전략이 포함됐다.

중국은 미·중 갈등이 심화한 2021년 발표한 ‘14차 5개년 규획’에서 실리콘카바이드(SiC), 질화갈륨(GaN) 기반 차세대 전력반도체를 ‘게임체인저’로 규정하고 육성을 강조했다. 최근 중국의 GaN 기반 전력반도체 관련 특허 수는 일본(33%)에 이어 2위(28%)를 차지하고 있다.

서방의 제재로 인한 중국의 빈자리를 인도가 채우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달 말 한 반도체 행사에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향해 “레드카펫을 깔아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부터 반도체 제조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육성 전략을 집중하고 있고, 미국 마이크론과 AMD,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 마이크로칩, 대반 폭스콘 등이 투자를 결정했다.

인도는 한국과 대만 같은 ‘칩 생산 거점’을 노린다. 정보기술(IT) 강국이지만 반도체 불모지인 인도는 미국과 손잡을 수 있는 신뢰할 만한 파트너라는 것을 강조하며 반도체 공급망 주축이 되고자 한다. 영어를 구사하는 고급 노동력이 풍부하다는 게 최대 강점인데, 차별적 사업관행, 취약한 제조업 등으로 한국과 대만의 위협이 되기엔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이동수·정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