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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풀 줄 알았더니…‘찔끔’ 금리인하 택한 中, 부동산 업계는 ‘곡소리’

유동성 확대로 경기 부양 모색
시장 전망치 0.15%P에 못 미쳐
범중국 증시 일제히 약세 보여

고용시장도 얼어붙어 ‘진퇴양난’
“낮은 금리로 돈 뿌려도 효과 없어”

디폴트 위기 금융권에 확산 조짐
UBS·JP모건 등 中 성장률 하향

원·달러 환율 1342.6원 2023년 최고

유명 건물 지어 운영… 순익 93%↓
부가세·연체료 등 3645억원 미납
주거용서 시작된 디폴트 우려 확산

중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21일 내리면서 유동성 확대에 나섰지만 더딘 경제회복에 소비침체까지 겹친 상황을 타개할 부양책으론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중국 경기침체 가속화의 방아쇠가 된 부동산업계 위기는 점점 확산하는 모양새다.

중국 중앙은행이 예상에 못 미치는 정책금리 인하 폭을 발표해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상승세를 보인 2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 위안화가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이날 중국 중앙은행은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연 3.45%로 0.1%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5년 만기 LPR은 연 4.2%로 종전 금리를 유지했다. LPR은 중국의 사실상 기준금리다. LPR은 인민은행이 각종 정책 수단을 통해 결정하는 것으로 1년 만기는 일반대출, 5년 만기는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으로 알려져 있다.

 

인민은행은 지난해 8월 이후 동결했던 1년 만기와 5년 만기 LPR을 지난 6월 각각 0.1%포인트씩 인하했고, 지난달에는 동결한 바 있다. 인민은행이 2개월 만에 1년 만기 LPR 금리를 인하한 것은 중국 경제의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우려와 부동산·금융업계 등의 기업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유동성 공급을 통해 경기 부양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늘어선 타워크레인 횡단보도를 지나는 시민들 뒤로 21일 타워크레인 여러 대가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중심업무지구의 건물 신축 현장에 늘어서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이날 경기 침체와 부동산업계의 채무불이행 우려에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를 0.1%포인트 인하했으나 5년 만기 대출우대금리는 동결했다. 베이징=EPA연합뉴스

하지만 이런 ‘찔끔’ 금리인하는 침체 국면인 중국 경제를 끌어올릴 가장 빠른 방법인 내수 진작을 위한 강력한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비해 ‘언 발에 오줌누기’식 대책이란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았다.

 

우선 이날 LPR 인하폭은 1년 만기, 5년 만기 모두 0.15%포인트 인하를 예상한 시장 전망치에 미치지 못했다. 로이터통신은 인민은행이 “5년 만기 LPR은 동결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고 평가했다.

 

호주뉴질랜드은행의 중국 선임 전략가인 싱자오펑은 “(이는) 놀라운 결과로, (중국의) 은행들이 아직 잘 준비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중국 정책 당국이 유동성 공급을 꾀하면서도 부동산 시장 부양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이 역시 효과를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다.

인민은행과 금융감독관리총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지난 18일 회의를 열어 실물경제 발전과 금융위기 예방 방안 등을 논의한 뒤 경제회복을 위해 대출을 확대하라고 주문했지만, 근본적으로 이런 돈 풀기(유동성 공급)만으로는 중국 경제를 회복시킬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 해제 이후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도 미국과의 패권 갈등 등으로 경제회복이 더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7월 소매 판매와 산업 생산은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2.5%와 2.7% 증가하는 데 그치면서 소비와 생산이 모두 부진의 늪에 빠진 진퇴양난 상황이다. 이런데 낮은 금리로 돈을 뿌려봐야 소비가 살아날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내수를 받치는 또다른 기둥인 고용 시장도 얼어붙어 16∼24세 청년실업률은 지난 6월 21.3%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당국이 ‘통계 최적화’를 이유로 7월 통계부터 청년실업률 발표를 중단할 정도다.

중국 경제 주요 리스크 중 하나로 꼽혀온 방만한 지방정부 부채를 정리하는 작업도 관건이다. 당국은 지방정부 부채 상환을 돕기 위해 톈진·구이저우·윈난·산시·충칭 등 12개 성(省)·시(市)·자치구를 대상으로 1조5000억위안(약 275조원)의 특별 융자채권 발행을 허용했다.

 

하지만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현재 지방정부 부채가 금융시스템의 위험에 접근하는 ‘회색 코뿔소’가 됐다”고 짚었다. 회색 코뿔소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간과하기 쉬운 위험 요인을 지칭한다.

 

지난 2월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 내 지방정부융자기구(LGFV) 자금이 2019년 40조위안(7183조원)에서 2022년 말 66조위안(약 1경1852조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LGFV의 숨겨진 부채를 포함해 중국 지방정부의 총부채가 약 23조달러(3경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가장 확실한 중국 경제 침체 시그널은 부동산시장 침몰이다. 대형 부동산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디폴트 위기가 금융권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관리 자산 규모가 1조위안(182조원) 이상인 중즈그룹과 계열 신탁회사들이 고객 수천명에 대한 현금 지급을 중단한 후 집중적인 조사를 받는 등 부동산개발업체 부실은 필연적으로 금융권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오피스빌딩 전문 중견 부동산 개발업체 소호(SOHO)차이나도 세금 미납에 따른 디폴트 우려에 처했다. 부동산업체 세금 체납과 은행 디폴트의 연쇄작용이 우려된다.

 

이런 여건 등을 감안해 UBS는 지난주 보고서에서 중국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더욱 강력하고 신속한 부동산 정책의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연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5.2%에서 4.8%로 하향 조정했다. 모건스탠리와 JP모건도 이미 중국의 성장률을 5.7%, 5.5%에서 5%로 각각 낮췄다. 씨티그룹도 JP모건과 마찬가지 5.5%에서 5%로 조정했다.

 

JLL의 브루스 팡은 “금리 인하가 수요 측면에서는 부동산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지만 중국 금융 정책은 더 강력하고 목표가 정확해야 한다”며 “금융 정책만으로는 현재 중국 경제가 처한 단기·중기·장기적 ‘3중고’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중국 부동산 위기가 경제 전반을 흔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NYT는 “건설사들의 파산 위기와 주택 판매 감소 현상이 이어지고 있고 부동산 위기는 중국 경제 전반을 흔들 가능성이 높다”며 “과거 중국 경제가 고속성장을 할 때 건설사들은 차입을 늘려 부채를 갚았으나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어선 부동산 부채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 당국은 2020년부터 부동산업체의 부채 축소를 압박해 왔고, 저리 자금 흐름을 막아 기업들은 현금 부족 문제에 시달리게 됐다”며 중국 정부의 책임을 거론했다.

사진=EPA연합뉴스

중국의 찔끔 금리 인하에 범중국 증시는 약세를 보였다.

 

중국 본토의 상하이종합지수(-1.24%)와 선전성분지수(-1.00%)는 하락 마감했다. 한국시간 오후 4시10분 기준 홍콩 항셍지수는 전장 대비 1.74% 하락했고, 홍콩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들로 구성된 홍콩H지수(HSCEI)도 1.79% 내린 상태다.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오름세(평가 절하)다. 지난 17일 지난해 11월 초 이후 최고 수준을 찍으며 2007년 고점을 향했던 역내위안·달러 환율은 18일 중국 당국의 개입 속에 7.3위안 아래로 내려가며 다소 진정세를 보인 바 있다. 하지만 이날 금리 발표 이후 상승폭을 키우며 역내위안·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0.0283위안 오른 7.3128위안, 역외위안·달러 환율은 0.0193위안 오른 7.3258위안에 거래되고 있다.

 

티머시 모를 비롯한 골드만삭스 전략가들은 “(위기) 전염 위험을 막기 위해 더 강력한 정책 대응이 가능해질 때까지 중국 증시는 당초 예상보다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4.3원 오른 1342.6원에 마감하며 종가 기준 올해 연고점을 경신했다. 환율은 오전 1340원에 개장한 후 계속 상승 추이를 보였다. 원화 가치가 계속 하락하고 있는 것은 중국발 부동산 리스크에 달러 강세 압력이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유럽과 일본 통화가 약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미국채 금리가 올라가면서 달러 강세 압력이 강해졌다”며 “몇 년 전부터 아시아 통화, 특히 한국 원화와 중국 위안화는 같은 방향성을 띠는데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의 부도 가능성이 원·달러 환율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증권사는 위안화 약세가 좀 더 이어질 수 있다며 이때 원·달러 환율도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어 어느 때보다 경계 시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베이징왕징소호

◆中 상업용 부동산 ‘소호차이나’도 위태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촉발 위기가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향해 가는 모양새다. 대형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이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에 이어 도시 오피스빌딩 전문 중견 부동산 개발업체 소호(SOHO)차이나도 세금 미납에 따른 디폴트 우려에 처했다. 주거용 부동산에서 시작된 중국 부동산 위기가 상업용 부동산으로까지 확산되는 흐름이다.

 

21일 대만 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소호차이나는 자회사인 베이징왕징소호가 토지증치세(부가가치세)와 연체료 19억8600만위안(약 3645억원)을 납부하지 않았다.

 

세금 미납으로 42억3200만위안의 은행 차입금이 ‘크로스 디폴트’될 우려가 나오고 있다. 크로스 디폴트는 한 채무 계약에서 디폴트가 선언되면 채권자가 채무자의 다른 빚에 대해서도 일방적으로 디폴트를 선언하는 것을 의미한다.

 

소호차이나는 “세무 당국과 구체적인 지불 계획에 합의했고 부동산 등을 처분한 비용으로 세금과 연체료를 납부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소호차이나는 지난 20일 공시한 상반기 실적에서 지배주주순이익(순이익)이 무려 93%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무용 빌딩에만 집중해 온 소호차이나는 베이징의 싼리툰, 왕징 등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요지에 세련된 디자인으로 유명한 랜드마크 건물을 지어 운영한 업체다.

 

둥근 산 여러 개가 솟은 듯한 모습의 왕징소호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설계한 세계적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작품이기도 하다.

 

중국은 국내총생산(GDP)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심화하고 있다.

멈춰 선 건설 현장 한 건설 근로자가 지난 11일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 베이징 현장에서 공사가 중단된 아파트를 올려다보고 있다. 비구이위안은 채무불이행 위기에 몰려 약 3조원에 달하는 채권 거래가 14일부터 중단됐다. 베이징=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이 지난 7일 만기가 돌아온 액면가 10억달러 채권 2종의 이자 2250만달러(300억원)를 지급하지 못해 디폴트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지난 상반기에 최대 76억달러(10조1000억원)의 손실을 내 만기가 돌아오는 추가 채권에 대한 이자 지급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21년 말 디폴트를 선언한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에버그란데)도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파산법원에 파산보호법 15조(챕터 15)에 따른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