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 친조카를 성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중형을 처해진 40대 삼촌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피해자로 지목된 조카가 원심에서 진술한 내용에 대해 항소심에서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부장판사 백강진)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40대)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피해자를 폭행한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전북 전주시와 임실군 자택 등에서 조카를 7차례에 걸쳐 성폭행하거나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수사기관은 그가 조카를 반항할 수 없게 만든 뒤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결론 내고 법정에 세웠다. 또 2018년 5∼7월 승용차 안에서 조카의 머리를 손으로 여러 차례 때린 혐의도 함께 적용했다.
법정에 선 A씨는 강간이나 추행, 폭행한 적이 없다며 자신에 대한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1심 재판부는 수사 기록과 피해자 진술 등을 종합해 징역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이 일부 일치하지 않으나, 최소 6년 최대 15년이 넘는 시간 지났으므로 기억이 일부 희미해지거나 변경되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럽다”며 “특히 주요한 부분에서 일관된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피해자 진술이 유죄를 인정할 수준의 증명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사건 발생 이후 12년 만인 2018년 고소돼 피해자에 대한 검찰 조사가 이듬해인 2019년 이뤄졌다”며 “또 2021년 1심 재판에서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진술했는데, 당심(항소심)에서는 상당 부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사건 발생 이후 고소가 이뤄질 때까지 12년간 유지된 기억이 항소심에서 갑자기 소멸할 수 있는 지 의문이 든다”며 “어린 시절 삼촌으로부터 당한 성폭력은 커다란 충격과 상처로 남는다는 원심의 논리를 따른다면 (갑작스런) 이러한 기억의 소멸은 더욱 강한 의심을 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피해자 진술에 일관성, 합리성, 구체성이 부족하고 증거에 의해 분명히 확인되는 사실과 증언이 일치하지 않는 점을 종합하면 피해자 진술은 형사재판에서 유죄 인정을 위해 요구되는 증명력을 갖추지 않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