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잡힐 줄 알았던 대전 신협 강도 용의자가 범행 사흘 만에 베트남으로 도주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찰 수사력에 대한 비판 여론도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전경찰청은 지난 20일 강도 용의자 40대 남성 A씨가 베트남으로 출국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22일 밝혔다.
앞서 A씨는 지난 18일 정오께 서구 관저동 한 신협에서 소화기 분말을 뿌리며 미리 준비한 흉기로 직원을 위협하고 현금 3천900만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경찰은 범행을 위해 미리 준비한 오토바이를 타고 도주하는 A씨 뒤를 쫓았으나 신원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범행 발생 나흘만인 지난 21일에야 경찰은 범인으로 A씨를 특정했지만, A씨는 이미 전날 해외로 도주한 뒤였다.
경찰이 폐쇄회로(CC)TV 분석 등 동선 추적에 열을 올렸지만, 19일과 20일에야 범행에 이용한 오토바이를 발견하는 등 수사가 한 발씩 늦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범행 직후 2시간여 만에 오토바이를 타고 이미 충남 금산군으로 이동한 A씨는 도주 중에 주유소에 들러서 주유까지 하는 여유도 보였다.
사건 발생 당일에만 해도 폐쇄회로(CC)TV가 곳곳에 있기 때문에 강도범을 금방 잡을 수 있을 거라 믿고 경찰 수사력에 기대를 거는 여론이 많았다.
그러나 범행 발생 닷새째에도 범인 검거는 감감무소식인 데다 이미 범인이 해외로 출국했다는 언론보도까지 이어지면서 시민들은 허탈감에 빠졌다.
관저동 주민이자 해당 신협 고객인 김모(53)씨는 "어떻게 아직도 안 잡혀요? 21세기 대한민국에, 심지어 CCTV가 다 있는데? 상상도 못 한 전개"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근처에서 상가를 운영하는 B씨는 "아직 (범인이) 안 잡혔을 리는 없고, 요 며칠 조용하길래 이미 잡은 줄 알았다"고 놀라워하며 "경찰도 당연히 최선을 다하고 있겠지만 해외 도주까지 성공한 걸 보면 범인이 상당히 철저하게 계획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 동네에 거주하는 나모(30)씨도 "우리나라 경찰은 '범인 잡는 경찰'이라고 해서 이번에도 (범인을) 빨리 잡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던 내가 바보"라며 "은행강도를 잡는 데 애를 먹는 이유가 도대체 뭔지 그게 궁금하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은 최선을 다해 범인 신원 확보와 추적을 위해 노력했지만 A씨가 범행 전부터 주도면밀하게 계획해 수사에 혼선을 줬다는 입장이다.
A씨는 신원 노출을 막기 위해 무더위에도 등산점퍼에 헬멧 등을 착용하고 도주하면서도 모자와 마스크, 긴 옷으로 몸을 가렸다.
도주 경로 역시 마치 미리 계획한 듯 CCTV가 없는 사각지대 등을 이용해 수사망을 피했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동선이 워낙 길었다. 오토바이를 훔치기 전부터 근거지에서 나올 때와 차에서 내릴 때, 범행 시, 범행 후 모두 복장을 바꾸고 이동 수단도 여러 차례 바꿔서 범행했다"며 "일부러 지역 곳곳을 돌며 수사에 혼선을 줬고, 범행 전후로 긴 동선을 일일이 추적하다 보니 신원 파악이 어려웠던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범인 신원이 특정된 만큼 검거까지는 시간 문제라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시민들은 모방 범죄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중구 주민 김모(29)씨는 "다른 것보다도 경찰 수사망을 뚫고 (범인이) 보란 듯이 해외 도주까지 성공한 것을 보고 나쁜 마음을 먹은 사람들이 모방 범죄를 벌일까 걱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