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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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무경찰 재도입 검토, 병력 부족 심화시킬 졸속 추진 아닌가

일선 치안 유지 인력 태부족 이유
방위력 저하 우려 간과해선 안 돼
기존 경찰 인력 구조부터 손봐야

한덕수 국무총리가 어제 ‘이상동기 범죄’의 대응과 관련한 담화문 발표를 통해 “치안을 경찰 업무의 최우선 순위로 두고 경찰 조직을 재편해 치안 역량을 보강하겠다”고 발표했다. “흉기소지 의심자, 이상 행동자에 한해 법적인 절차에 따라 검문검색을 하고 시민을 위협하는 범죄행위는 총기, 테이저건 등 물리력을 동원해 과감히 제압하겠다”고 했다. 중증정신질환자의 치료가 적기에 이뤄질 수 있도록 사법입원제 도입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시민들의 일상이 무너지는데도 공권력은 속수무책이란 비판을 의식한 사후약방문이다.

정부는 또 치안강화 방안의 하나로 의무경찰제 재도입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으로 수사 인력이 대폭 증원되고 의경 제도마저 폐지돼 치안의 일선을 담당하는 현장 인력이 부족한 현실을 고려한 고육책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어제 대략 8000명 정도의 의경 인력 확보안을 제시했다. 1982년 도입된 의경 제도는 병역자원 부족 등의 이유로 올해 5월 최종 폐지됐다. 폐지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제도를 부활시키겠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질 않는다. 아무리 인력이 부족하다손 치더라도 한 국가의 제도 변경을 이렇듯 손바닥 뒤집듯 해서야 되겠나.

일선 경찰과 전문가들은 의경을 투입하기보다 간부인력은 넘쳐나는데도 현장에서 뛰어야 할 하위 직급은 크게 부족한 경찰의 기형적 인력 구조부터 손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웃 일본이 인구 10만명당 경찰관 수가 2017년 기준 235명이고, 미국은 2019년 기준으로 242명이다. 우리가 2017년 기준 226명인데 이 수치만 놓고 보면 결코 뒤지지 않는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현장 치안 인력 확보를 위해선 경찰 계급구조를 현재 절반 정도로 줄여야 한다. 아울러 사무실 내근 인력의 대폭적인 구조조정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귓등으로 흘려들어선 안 될 지적이다.

가뜩이나 출산율 저하로 병역자원이 급감하는 상황이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군의 정원은 50만명이었으나 연말 48만명에 그쳤다. 2018년 57만명에서 불과 4년 사이 15%가 줄어든 것이다. 이 같은 추세는 날로 가속화할 게 뻔하다. 현역 복무기간 연장과 여성 징병이 대안으로 거론되나 반론 또한 만만치 않다. 의무경찰제 재도입이 방위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헌법이 정한 국방의 의무를 훼손시킨다는 비판도 있다. 의경제도 재도입 검토를 재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