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전통 김치에 ‘럭셔리’ 더했다

특급호텔 ‘프리미엄 김치大戰’ 본격화

계절별 최적 산지서 재료 공수 롯데호텔
요리 명장 손맛 담아 김치 시장 뛰어들어

주니어·비건김치 등 도전 이끈 조선호텔
당일 생산·납품 원칙 20여종 김치 판매

1989년 김치 연구소 설립한 워커힐호텔
전 공정 매뉴얼화·항아리 숙성 차별화

CJ제일제당·풀무원 등 주요 김치 제조사
현지 공장 설립하고 해외 시장 진출 박차
국내 김치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특급 호텔들이 연이어 자사 브랜드를 내건 김치를 선보이며 ‘프리미엄 김치’ 전쟁이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국내 김치 시장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주요 포장김치 제조사들은 K푸드 열풍을 타고 국내외 생산기지를 확대하는 등 ‘김치 수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치 시장이 커지면서 글루텐 프리, 비건 김치 등 김치의 색다른 변신도 이어지고 있다.

◆장인의 손길·과학 담아… 차별화한 특급 김치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호텔앤리조트는 최근 대한민국 요리 명장인 김송기 총괄 셰프의 손맛을 담은 배추김치 제품을 출시하며 약 1조4000억원 규모의 국내 김치 시장 진출에 나섰다. 12일 롯데홈쇼핑 ‘최유라쇼’에서 첫 시중 판매에 나선 롯데호텔의 김치는 15분 만에 완판됐다.

배추는 강원 영월과 전남 해남 등 계절별 최적 산지에서 공수했다. 고춧가루는 롯데호텔이 직접 품질을 관리하는 밭에서 수확한 경북 영양산 고추로 만든다. 양념은 최상급 육젓과 황석어젓, 바다 위에서 급동결한 생새우, 4년간 간수를 제거한 신안 천일염 등으로 만든다. 김치에는 인공감미료를 배제해 깔끔한 맛을 내도록 했다.

특급 호텔이 자사의 이름을 걸고 김치를 출시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김치 시장에 진출한 조선호텔과 워커힐호텔의 경우 이미 소비자들에게 꾸준한 호응을 얻고 있다.

조선호텔앤리조트(조선호텔)는 2002년부터 김치 판매를 시작했다. 조선호텔은 조선호텔 뷔페 고객들이 김치를 구매하고 싶다는 문의가 이어지면서 김치를 담가 판매를 시작했다. 수요가 늘어나면서 2011년에는 성수동에 조선호텔 프리미엄 김치 공장을 설립해 생산량을 늘렸다. 현재 20여종의 김치를 판매하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조선주니어 김치’와 비건족을 위한 ‘비건 김치’도 출시했다. 조선호텔의 김치는 당일 생산, 당일 납품을 원칙으로 한다. 경북 영양의 고춧가루, 보령 젓갈, 전남 신안 천일염 등 좋은 품질의 지역 특산물을 사용하며 김치 종류별로 다른 조리법을 적용하고 있다. ‘전문가의 손길’을 담아 조선호텔의 프리미엄 김치 공장에는 호텔 출신 셰프들이 재료 손질부터 버무리기까지 전 과정을 책임진다.

워커힐호텔은 1989년 호텔업계 최초로 김치 연구소를 설립했다. 워커힐은 호텔 내 개설된 ‘워커힐 수펙스(SUPEX) 김치 연구소’를 통해 전 공정을 매뉴얼화했고 일정한 산도와 염도, 당도를 가진 김치 제조에 성공했다. 1990년대 중반 ‘워커힐 수펙스 김치’를 처음 상품화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며 과학적인 시스템을 통한 김치 생산에 돌입했다.

워커힐 수펙스 김치는 조선 후기 서울·경기 상류 계층에서 전래되어 온 전통의 맛을 추구한다. 아삭한 식감과 과하게 맵지 않은 맛이 특징이다. 워커힐은 엄선된 최상의 국내산 식재료를 사용해 김치 전용 숙성실에서 알맞은 발효와 숙성 기간을 거쳐 김치를 만든다. 전통 항아리에서 숙성해 신선함을 높였다. 일반 숙성 발효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불순물을 항아리 기공을 통해 밖으로 배출되도록 했기 때문이다.

왼쪽부터 조선호텔의 김치, 워커힐호텔의 김치, 롯데호텔앤리조트의 배추김치. 각 업체 제공

◆세계로 나가는 K김치

특급 호텔을 중심으로 한 프리미엄 김치 시장이 확대되면서 국내 주요 김치 제조사들도 긴장하고 있다. 국내 포장김치 시장 3대장인 대상과 CJ제일제당, 풀무원은 현지 공장 설립과 신기술 개발을 통해 해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치 브랜드 ‘종가’를 운영하는 대상은 업계 최초로 지난해 3월 미국 현지에 대규모 김치 공장을 완공해 가동을 시작했다. 이 공장에선 전통 김치를 비롯해 현지인 취향을 반영한 비건 김치, 백김치, 비트 김치, 양배추 김치 등을 연간 2000t 규모로 생산한다. 대상은 2025년까지 미국 현지 식품사업 연간 매출액 1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치도 세웠다.

미국에 이어 유럽 지역도 공략한다. 대상은 지난달 폴란드에 김치 공장 건설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현지에서 김치를 생산해 본격적으로 유럽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대상은 최근 유럽 국가들이 국내 포장김치 주요 수출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상황에 주목했다. 2024년 폴란드 신규 공장을 준공해 본격적으로 김치 생산량을 늘려 간다는 계획이다.

CJ제일제당도 김치를 글로벌 전략 제품으로 선정해 김치 수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 유럽연합, 싱가포르, 필리핀, 태국, 미국 등 다양한 국가에 김치를 수출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최근 상온에서 12개월 동안 보관 및 유통 가능한 수출용 전략 제품 ‘비비고 썰은 김치(bibigo SLICED KIMCHI)’를 유럽에 출시했다. 수출용 김치에 숙성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 발효제어 기술을 적용해 해외 운송 과정에서 ‘신 김치’가 되지 않도록 했다. 이와 함께 미국 전역에 확보한 생산기지를 거점으로 미국에서도 비비고 김치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풀무원은 지난해 말 수출용 김치 생산업체 피피이씨글로벌김치를 완전자회사로 편입해 몸집을 키웠다. 내수 및 수출용 김치를 생산하는 핵심 기지였던 피피이씨글로벌김치를 활용해 글로벌 김치 수출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박미영 기자 mypar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