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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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오염수 방류 나선 日, 국제사회 안전 약속 반드시 지켜라

ALPS 처리 거친 뒤 바닷물로 희석
과학적 기준 준수 및 정보 공개 중요
정부도 철저한 감시 체계 가동해야

일본이 어제 오후부터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방류를 시작했다. 원전 운영회사인 도쿄전력은 어제 다핵종제거설비(ALPS) 처리를 거친 오염수 200∼210t을 바닷물로 희석해 약 1㎞ 길이의 해저터널을 통해 바다로 방출했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원전 사고가 난 지 12년5개월여 만이다. 저장탱크 1046기에 보관 중인 오염수 134만t을 30년 이상 이런 식으로 흘려보낼 예정이니 주변 국가의 우려가 큰 건 너무도 당연하다.

오염수 방류를 반길 일은 아니지만 일본의 주권에 속하는 결정이라 막기는 어렵다.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하고 방류로 인한 방사선 영향은 무시할 정도로 미미하다고 공신력 있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발표했으니 신뢰하는 수밖에 없다. 오염수를 ALPS로 처리하면 세슘을 비롯해 방사성 물질 62종을 제거할 수 있다고 한다. 삼중수소 등 일부 핵종이 남지만 삼중수소는 원전에서 3㎞ 밖으로 나가면 농도가 자연 생성되는 것보다 낮아 무시해도 될 수준이다.

일본이 국제사회에 한 안전 약속을 얼마만큼 철저하게 이행하느냐가 중요해졌다. 일본 정부는 주변국 우려를 충분히 인식하고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안전성 확보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과학적 기준에 맞는 처리, 주변 해역 모니터링 및 정보 공개, IAEA 검증 등의 이행을 허투루 해선 안 된다. 국제사회가 엄중하게 지켜볼 것이다.

정부도 일본, IAEA와 긴밀히 협력해 안전성 감시에 소홀함이 없어야 하겠다. 정부는 IAEA와 합의에 따라 어제 정보 공유 메커니즘을 가동했다. 각종 방류 데이터를 정기적으로 받고 국내 전문가의 현장사무소 정기 방문도 이뤄진다. 혹여나 오염수 방류가 안전 기준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정부는 방류 중단을 단호하게 요구하고 국제기구 제소와 국제사회 연대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어제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국민 담화문에 밝힌 대로 국민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다. 피해 어민 지원도 꼼꼼히 살피길 바란다.

위험성을 과장해 국민에게 불안감을 조장하는 정치권 행위는 중단해야 옳다. 어제 발생한 대학생들의 주한 일본대사관 진입 시도 같은 행위도 마찬가지다. 우리보다 더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미국과 캐나다는 무덤덤하다. 여기에 오염수 방류를 반대해 온 태평양 도서 18국이 수용으로 돌아섰다. 공식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한 곳은 중국과 러시아, 북한, 여기에 더불어민주당뿐이다. 지나친 안전성 우려는 고스란히 우리 어민 피해로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