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세상을 떠난 서울 서초구 서이초 교사의 49재일인 9월 4일 교사들이 ‘우회 파업’ 형식의 단체행동을 예고했다.
반면 교육부는 재량휴업이나 연가 사용으로 교사들이 단체행동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면서 제동을 걸었다.
초등교사 온라인 커뮤니티인 인디스쿨 설문조사 결과 9월 4일 단체 행동에 참여하겠다는 유·초·중·고 교사는 24일 오후 2시 20분 기준 7만1699명(교장·교감 포함)으로 집계됐다.
전체 50만7793명(지난해 기준)의 14.1%에 해당한다.
1명 이상이 참여 의사를 밝힌 유초중고는 1만19개로 전체(2만696개)의 48.4%다.
단체 행동권이 없는 교사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9월 4일을 재량 휴업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일부 학교에서는 학교 운영위원회를 긴급 개최해 대책을 논의했다.
328개 학교는 9월 4일을 재량 휴업일로 정하겠다는 의사를 조사에서 밝히기도 했다.
서이초 교사 사망 후 매주 토요일 대규모 도심 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교사들은 서이초 교사를 추모하고 교권 보호 법안 통과를 촉구하기 위해 9월 4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해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서이초와 국회 앞에서 추모 집회를 열 계획이다.
다만 현행법상 공무원인 교사는 단체행동권이 없어 파업할 수 없기 때문에 월요일인 이날 학교에 나가지 않고 추모 집회에 참석하려면 연가나 병가를 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들은 아무리 뜻이 옳아도 학생을 두고 휴업하면 안 된다는 쪽과 이번에 확실하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쪽으로 갈리고 있다.
한편 교사들의 ‘공교육 멈춤의 날’을 촉발한 서이초 ‘연필 사건’ 관련 민원을 제기한 가해 학부모가 고발당했다.
가해 학부모는 경찰 간부와 검찰 수사관 부부라고 알려졌다. 이에 경찰의 발표가 수사 외압이나 제 식구 감싸기의 결과가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그러나 경찰은 수사외압이나 제 식구 감싸기 의혹에 대해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고소를 진행한 실천교육교사모임(이하 교사모임) 측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전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이 사건에 있어 신속하고도 엄중히 진상을 밝혀 피해자와 유족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전국의 교원들과 국민의 분노도 달랠 수 있도록 해 주길 깊이 바란다”고 다시 한번 목소리를 높였다.
교사모임은 앞선 23일 오후 6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설명불상의 서이초 학부모 4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협박죄,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고발했다.
고발장에는 경찰공무원과 검찰공무원으로 알려진 학부모들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를, 다른 학부모에게 협박죄 및 스토킹 처벌법 위반, 또 다른 학부모 한 명을 포함한 총 4명의 학부모에게 강요죄를 적용해 처벌해주길 바라는 내용이 담겼다.
교사모임 측은 “이른바 ‘연필 사건’에 연관된 피고발인들은 이 사건과 관련해 학생들의 담임인 피해자의 업무 처리에 불만을 드러내며 지속적으로 연락하거나 위협하거나 폭언하는 방법으로 피해자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고, 이를 견디다 못한 피해자는 2023년 7월 18일 서이초 교실 내에서 목숨을 끊었다”고 강조했다.
고발장을 접수한 천경호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은 “돌아가신 선생님의 선배 교사이자 우리 사회의 한 시민으로서 수사의 진척이 없다는 점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며 “실천교육교사모임의 회원들을 비롯한 대한민국의 수많은 교사의 진상 규명을 향한 염원을 담아 고발장을 접수하게 됐다”고 말했다.
‘연필 사건’은 지난달 12일 A씨 반 학생이 다른 학생의 이마를 긁으면서 발생했다. A씨는 숨지기 전 학교에 10차례 업무 상담을 요청한 바 있는데, 상담을 요청한 기록에 ‘연필 사건’이 언급됐다. 상담 요청 내용을 보면 ‘연필 사건이 잘 해결됐다고 안도했으나, 연필 사건 관련 학부모가 개인번호로 여러 번 전화해서 놀랐고 소름 끼쳤다고 말했다’고 적혀 있다. 동료교사가 이때 겪은 학부모 민원이 고인의 사망에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고 제보하면서 경찰 수사로 확대됐다.
경찰 조사 결과 가해 학생의 어머니인 경찰관은 A 교사가 숨지기 6일 전 업무용 휴대전화로 A씨와 통화를 주고받고, 문자메시지를 남겼다. 가해 학생 아버지인 검찰 수사관도 이튿날 학교를 방문해 A 교사와 면담을 했다고 유족 측은 밝혔다.
유족 측은 ‘갑질 의혹’ 당사자가 경찰관으로 확인되자 경찰 수사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경찰청은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통화내역 등을 살펴봤는데, 학부모가 고인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로 직접 전화한 내역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종합적으로 봤을 때 사망 동기, 과정과 관련해 범죄 혐의가 포착되는 부분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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