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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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2분전인데” 지갑 잃어버린 여학생 태운 고속버스 기사…내릴 때 구겨진 2000원 건넨 학생

보배드림 캡처

 

한 고속버스 기사가 출발 직전 다가와 어렵게 도움을 청한 여학생을 외면하지 않았다. 

 

26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지갑을 잃어버린 여학생, 그리고 구겨진 2000원’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고속버스 기사인 A씨는 “24일 버스를 홈에 세우고 손님맞이 중 대학생으로 추정되는 한 여학생이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제 앞에 와서는 ‘조금 전 지갑을 잃어버렸다. 안성에 꼭 가야하는데 계좌이체로 버스를 탈 수 있을까요?’라며 질문했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그 시간이 출발 2분전이라 회사에 전화해 계좌번호받고 입금 확인하기에는 너무도 촉박했다”면서 “딸 생각도 나고 지갑 잃어버려 정신이 나가 보였기에 학생에게 ‘일단 진정하고 오늘은 그냥 태워드리겠다. 안성에 도착해서는 목적지까지 어떻게 가려고 하냐’고 물었고 학생은 ‘안성 도착하면 학교 셔틀버스가 있어 그거 타면 된다’고 대답하더라”고 이야기했다.

 

이후 “검표 직원에게 24번 자리 승객 사정을 얘기하고 ‘내가 책임질 테니 인원 확인할 때  그냥 지나쳐주시라’고 부탁해 버스를 출발시켰고 안성 도착하기 직전 지갑에서 1만원짜리 한장을 꺼내 주머니에 넣고 그 학생이 내릴 때 주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그 학생이 마지막으로 버스에서 내리면서 제 앞에서 머뭇머뭇 하더니 한손에 구겨진 1000원짜리 2장을 들고는 ‘제가 가진 게 이것뿐이라 이거라도 꼭 받아주세요’라고 말하더라. (그때 드는 생각이) 지금 1만원을 주면 학생 성격상 너무 죄송해하며 진심으로 안 받을 것 같아 그냥 1만원은 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신 “학생에게 ‘살다보면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 거다. 2000원 다시 집어넣고 오늘은 안 좋은 일이 있는 날이었다고 생각하고 지갑을 꼭 찿게 되길 기도해주겠다’고 말한 뒤 2000원은 한사코 거절해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A씨는 “버스에서 내려 멀어져가는 학생 뒤를 바라보며 부디 꼭 지갑을 찿게 되길 기도했다”고 글을 맺었다. 글과 함께 A씨가 운전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고속버스 정면 사진을 찍어 첨부했다.


정경인 온라인 뉴스 기자 jinori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