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중국인들의 반일감정이 거세지면서 중국 거주 일본인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일본 상품 불매운동 움직임도 일고 있는 상황이다.
27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후쿠시마현 지방자치단체 사무실, 음식점, 학교 등에는 중국 국가번호 ‘86’으로 시작되는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한 음식점 주인은 아사히신문에 “86으로 시작으로 전화가 (방류가 시작된) 24일부터 시작해 26일까지 40∼50건 있었다”며 “‘모시모시’(여보세요), ‘곤니치와’(안녕하세요)라고 일본어로 시작한 뒤 중국어 같은 말로 일방적으로 이야기한다”고 전했다.
다른 가게에도 같은 전화가 오고 있다며 “내가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정부가 제대로 대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런 전화는 도쿄도 에도가와구의 종합문화센터에도 걸려와 업무에 지장이 생겼다. NHK 방송은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에는 ‘핵 오염수를 바다에 흘려보낸 일본을 비난하고 싶은 사람은 이 번호로 전화해 달라’는 글과 함께 일본 참의원(상원) 전화번호가 기재된 것도 있다”고 보도했다.
반일감정에서 비롯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도 SNS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화장품 불매를 호소하는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며 “‘모든 일본 화장품은 해양생물을 원료로 사용한다’는 진위불명의 글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오염수 방류로 인한) 영향이 수산물 수입금지를 넘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10일 해제된 일본 단체여행도 타격을 받고 있다. 중국 매체 제일재경에 따르면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 시트립(Ctrip·携程) 등에서 일본 여행 홍보 메뉴가 눈에 잘 띄던 위치에서 자리를 옮겼다. 한 대형 여행사 관계자는 “최근 며칠간 일본 단체여행 취소를 잇달아 접수했다”고 말했다. 다른 여행사 최고경영자(CEO)는 “일본은 단체여행 허용국 명단에 들어가 중국 국경절(10월1일) 황금연휴의 수혜국이 될 예정이었는데, 오염수 방류가 안전 문제를 유발하면서 일본 관광업계는 앞으로 상당 기간 중국 여행객 감소에 따른 위축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중국인 관광객은 코로나19 확산 이전 외국인 여행객의 약 30%, 1인당 소비 금액 1위를 차지하던 ‘큰손’이다.
일본 정부는 중국 거주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 만일의 사태까지 걱정하는 상황이다. NHK는 “주중 일본대사관은 반일 데모 등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며 현지 일본인들에 대해 외출 시 불필요하게 일본어로 크게 말하는 것 등을 주의하라고 당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지난 24일 중국 칭다오시의 한 일본인 학교에 돌이 날아드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주중 일본대사관은 26일 개최 예정이던 피아노 콘서트를 연기하기도 했다. 현지 일본인들이 많이 모이기 때문에 안전을 고려한 조치였다.
악화된 양국 관계를 풀 돌파구로 기대를 모았던 일본 연립 여당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의 중국 방문은 연기됐다. 야마구치 대표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할 친서를 들고 오는 28일 중국을 찾을 예정이었다. 중국 측은 “현재 직면한 중·일관계의 상황을 보면 적절한 시기는 아니다”라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