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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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강남·서초 민원에 근무 꺼려”… 등 떠밀린 초임 교사들

서울시교육청 3년간 임용 현황

초임 1050명 중 311명… 30% 달해
교육계 “민원·학급 과밀에 기피지”
경력 교사 근무 공백 초임이 메워
시교육청 “거주지 따라 배정 원칙”

교사들 6차 집회 “진상규명” 촉구

“교사들에게 서울 강남·서초구는 근무하기 꺼려지는 지역이에요. 과밀학급에다 학부모 민원 대응이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곳을 떠나려는 (중·고연차) 교사들이 많다 보니 초임 교사나 기간제 교사들이 많습니다.”

 

올해 서울 강남구의 한 초등학교에 발령받은 초임 교사 A(23)씨는 강남·서초지역을 “힘들지만 누군가는 가야 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교사들 사이에서 강남구는 과밀학급과 악성 민원이 많아 업무 강도가 다른 곳보다 ‘세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A씨는 “초임 교사는 교육지원청에 원하는 지역을 신청할 수 있는 제도가 없어 그저 발령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며 “강남·서초지역을 원하지 않았음에도 배치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3년간 첫 교직 생활을 강남·서초 지역에서 시작한 초임 교사가 30%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력 교사들이 강남·서초 지역 근무를 기피해 발생한 공백을 초임 교사가 메꾸는 셈이다.

 

27일 서울시교육청이 국민의힘 이태규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3년간 자치구별 초등교사 초임 발령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0년 2학기∼2023년 1학기 서울지역에서 교직에 입문한 초등교사 1050명 중 29.6%인 311명은 강남·서초구로 발령이 났다. 이들 초임교사의 첫 발령지는 25개 자치구 중 강남구가 175명으로 가장 많았고, 서초구가 136명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송파구(74명), 강동구(73명), 영등포구(72명), 구로구(60명) 등의 순이었다.

특히 568명의 초등교사가 첫 근무를 시작한 지난해 1학기의 경우 강남·서초구에 발령된 초임 교사는 190명(106명, 84명)으로 전체의 33.4%를 차지했다. 이는 당시 가장 적은 수의 초임 교사가 배정된 관악구(2명), 용산·동작구(각 4명)의 21∼53배 수준이다.

 

강남·서초지역 초교에 초임 교사 비중이 높은 것은 중·고연차 교사들이 이곳을 기피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경력이 있는) 교사들은 지망을 쓸 수 있으니 희망 지역을 신청할 때 강남지역을 조금 피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쏠림 현상은 해당 연도나 학기 상황에 따른 조치일 뿐이라는 게 서울시교육청 설명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특별한 사유 때문에 강남·서초 지역에 초임 교사를 발령내는 게 아니다”며 “퇴직자나 교사의 개인 사정 등으로 인해 공석이 생기면 신규 임용 교사들의 거주지를 고려해 발령을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에서 모인 교사들이 지난 2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진상규명 및 아동학대 관련법 즉각 개정 촉구 6차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교사들은 26일에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6차 서이초 사망 교사 추모 집회를 열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교권 보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서이초 사망 교사의 49재인 다음 달 4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하고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오전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고인을) 추모하는 것에는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재량휴업이나 연가 사용은) 불법이 되거나 학습권과 충돌하면서 교육계에서 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사의 가장 중요한 일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기 때문에 학습권을 침해하는 방식보다는 고인을 추모하고 교권회복 요청의 목소리를 높일 다양한 방식이 있다”고 밝혔다.

 

서울교사노조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경찰이 연필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사노조는 “유족은 연필 사건과 관련한 고인과 학부모의 내선 통화 내용 공개를 주장하는데 경찰은 지난해 학급에서 일어난 일을 조사한다”며 “물타기 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교사노조에 따르면 서초경찰서는 최근 고인이 지난해 담임을 맡았던 반 학부모 7명에게 연락해 지난해 교실에서 벌어졌던 학생 간 충돌과 이번 연필사건의 연관성을 캐묻고 있다.


이민경 기자 m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