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율성 공원’ 조성사업 당당하게 마무리합니다.”
‘정율성 공원’ 조성사업을 놓고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의 이념 논쟁에 강기정 광주시장은 28일 광주시의 계속사업이라며 다시금 완공에 무게를 뒀다. 보훈부를 필두로 한 중앙정부와 광주시의 논쟁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이날 박 장관은 전남 순천을 찾아 또다시 정율성 공원 조성사업의 전면 철회를 요구했다. 철회 이유로는 정율성의 사상을 들며, 그를 ‘적’으로 규정했다. 박 장관은 “정율성은 우리에게 총과 칼을 들이댔던 적들의 사기를 북돋웠던 응원대장이었다”며 “공산세력에 죽임을 당했던 수많은 애국영령의 원한과 피가 아직 식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소중한 예산은 단 1원도 대한민국의 가치에 반하는 곳에 사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보훈부 장관이 대한민국의 적을 기념하는 사업을 막지 못한다면 보훈부 장관으로서 있을 자격이 없다”고 했다.
강 시장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정율성의 공과는 하나도 숨김없이 세상에 공개돼 있다”며 ‘색깔론 중단’을 제안했다. 그는 “정율성 선생은 독립운동가와 노동당원, 중국인민지원군 창작조로 다양하게 살아온 것으로 진보와 보수와 무관하게 대한민국 정부의 오래된 평가”라고도 했다. 역사 정립이 끝난 사안에 대한 논쟁은 국론을 분열시키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이념 논쟁을 멈춰 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보훈단체와 보수단체를 부추겨 광주를 다시 이념의 잣대로 고립시키려는 행위를 중단해 달라”고 촉구했다. 정율성 기념사업은 중앙정부에서 시작된 것으로, 박 장관의 철회 요구는 이치에 맞지 않다는 게 강 시장의 논리다.
강 시장은 “노태우 대통령 재임기간인 1988년 서울올림픽 평화대회추진위원회에서 정율성 선생의 부인 정설송 여사를 초청해 한·중우호의 상징으로 삼았다”며 “1993년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는 한중수교 1주년 기념으로 문체부가 정율성 음악회를 개최했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재임기간에도 정율성 선생의 특별전을 갖는 등 기념사업을 이어왔다고 설명했다.
강 시장은 역대 정부의 기념사업에 발맞춰 광주에서는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관광사업의 일환으로 정율성 선생 기념사업이 구상됐다고 했다. 그는 “역대 5명의 광주시장이 바뀌는 동안에도 정율성 선생 기념사업은 계속돼 왔다”고 했다. 그는 정부의 철회 요구에도 불구하고 공원 조성사업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의 법적 대응에 대해 강 시장은 “한·중 관계가 좋을 때 장려하던 사업을 그 관계가 달라졌다고 백안시하는 것은 행정의 연속성과 업무수행 기준을 혼란하게 만든다”고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