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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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부가 ‘홍범도 흉상’ 밀어붙였나…국방부 “설치 당시에도 문제 제기 있었다”

국방부, 28일 언론에 ‘육사의 홍범도 장군 흉상 관련 입장’ 배포
육사 내 설치 당시에도 ‘충분한 공감대 없이 강행’ 취지로 언급
제99주년 삼일절인 2018년 3월1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독립전쟁 영웅 5인 흉상 제막식 모습. 독립전쟁 영웅 홍범도·지청천 장군,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희영 선생, 독립전쟁 영웅 이범석·김좌진 장군 흉상(왼쪽부터)이 세워져 있다. 뉴시스

 

2018년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설치가 일부의 부적절하다는 문제 제기 속에서도 그대로 강행됐다는 취지의 내용이 28일 국방부 입장문에 포함돼 주목된다.

 

홍범도 장군 ‘공산주의 이력’ 논란이 문재인 정부 시기에 속하는 설치 시점에도 있었다는 의미로 비치는 데다가, 이는 곧 수년 전부터 문제의 불씨를 품었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어서다.

 

국방부가 이날 언론에 배포한 ‘육사의 홍범도 장군 흉상 관련 입장’은 ‘이번 독립운동가 흉상 이전을 둘러싼 논란이 발생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언급으로 시작한다.

 

육사는 ‘공산주의’ 북한의 침략에 대비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한 호국간성을 양성하는 기관이라는 설명과 함께 “육사 선배님들은 전선에 투입돼 북한 공산군에 맞서 싸웠고, 6.25 전쟁 기간에 다시 개교해 지금까지 북한과 공산주의 위협에 맞서왔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육사의 전통과 정체성 등을 고려할 때, 소련공산당 가입과 활동 이력 논란이 있는 홍범도 장군 흉상이 사관생도 교육의 상징적 건물인 충무관 중앙현관에 있다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논란이 있어왔다고 국방부는 덧붙였다.

 

특히 “이 사안은 육사 내에 설치할 당시에도 적절하지 않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범도 장군 흉상 설치가 충분한 공감대 형성 없이 강행됐다”며 “이후에도 지금까지 이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어 오고 있다”는 대목의 ‘공감대 형성 없이’라는 표현이 눈에 띈다.

 

흉상 설치 취지에 모두가 공감하지 못했다는 뜻으로도 비칠 수 있고, 문재인 정부에서 흉상 설치를 무리하게 밀어붙였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어서다.

 

국방부는 홍범도 장군의 항일무장투쟁과 이를 인정한 정부의 1962년 건국훈장 수여를 폄훼하거나 부정할 의도는 없다고 부각한다.

 

다만, 홍범도 장군이 소련공산당 군정의회를 중심으로 하는 독립군 통합을 지지했고, 자유시 참변 당시 무장해제 편에 섰다는 평가 등이 있다는 근거를 대며 김좌진·이범석 장군과 다른 길을 갔다고 차이를 들고 있다.

 

국방부는 “홍범도 장군의 독립운동 업적은 업적대로 평가하되, 소련공산당 활동에 동조한 사실들에 대해서는 달리 평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며 “공산주의 이력이 있는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육사에 설치해 기념하는 것은 육사 정체성을 고려할 때 적절하지 않다”고 거듭 부연했다.

 

앞서 육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재임 시기인 2018년 3월1일 우리 군 장병이 훈련으로 사용한 실탄의 탄피 300㎏을 녹여 홍범도 장군 등 독립운동가 5명의 흉상을 제작해 육사 교내에 세웠다.

 

닷새 후인 같은 달 6일 육사 화랑연병장에서 열린 제74기 졸업 및 임관식에서 문 전 대통령은 “조국을 위해 몸 바친 선열의 숭고한 애국정신을 군인정신으로 이어가겠다는 다짐”이라고 그 의미를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군의 뿌리는 깊고 강인하다”면서, ‘일제에 의한 강제 군대해산과 동시에 군인들은 국민과 함께 새로운 독립투쟁을 전개해 독립군·광복군이 되어 불굴의 항전을 이어갔다’는 말과 함께 ‘충성하고 싶은 나라를 함께 만들고, 이 길에 여러분이 주춧돌이 되어달라’는 당부를 남기기도 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