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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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위기설' 진화 나선 금융당국…가계 연체율·중국발 리스크 '불씨' [뉴스 투데이]

이자상환 유예 800명… 1조 달해
서민 몰리는 저축銀 연체율 5.33%
저신용자 카드론 한달새 5500억 ↑

中 디플레 땐 ‘수출 의존’ 韓 직격탄
정부 위기관리 능력 시험대 올라

금융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었던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 연장이 끝나는 9월 이후에도 금융권의 상환요구 급증에 따른 부실 증가 가능성은 작다고 밝혔다. 9월 이후 금융 부실이 많이 늘어나며 위기가 번진다는 이른바 ‘9월 위기설’이 퍼지자 당국이 불안 차단에 나선 것이다.

 

올해 들어 금융권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 새마을금고 연체율 상승과 같은 ‘위기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최근엔 중국발(發) 부동산 위기가 한국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정부 당국은 큰 우려가 없다고 강조하지만 적절한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세훈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 연착륙 현황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금융위원회는 29일 브리핑을 통해 올해 6월 말 기준 만기연장·유예조치가 이뤄진 대출잔액 규모는 76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9월(100조1000억원)보다 24조원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차주 수로 보면 43만4000명에서 35만1000명으로 8만3000명 정도 줄었다. 금융위는 줄어든 대출 규모는 대부분 자금 개선에 따른 정상 상환이거나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대환대출한 경우라며 정부 지원 조치가 순조롭게 연착륙하고 있다고 했다.

 

남아 있는 대출잔액 76조2000억원을 유형별로 보면 71조원이 만기연장, 4조1000억원이 원리금분할상환대출의 원금 납부만 유예하고 이자는 정상 납부하는 원금상환유예, 1조1000억원은 만기일시상환대출 또는 원리금분할상환대출의 이자 납부를 유예하는 이자상환유예다.

 

금융위는 다음 달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연장되지 않지만, 한꺼번에 만기가 돌아오거나 상환이 오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세훈 금융위 사무처장은 “지난해 9월 5차 연장 당시 금융권 자율협약에 따라 만기연장한 대출은 향후 3년간 추가로 연장조치를 하기로 하고, 상환유예 조치를 한 대출에 대해서는 1년간 추가 지원을 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며 “(만기연장 대출은) 올해 9월에 만기가 돌아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사무처장은 상환유예 대출의 경우에도 “지난해 9월부터 1년 동안 은행과 차주들 간 논의를 통해 개별적으로 상환계획서를 마련하기로 했다”며 “저희가 상환계획서에서 거치기간이 필요하면 최대 1년까지 부여를 하고 상환 기간도 차주 상황에 따라 최대 5년, 60개월까지 부여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줬다”고 밝혔다.

 

6월 말 기준 상환계획 수립 대상자의 98%인 1만1111명이 상환계획 수립을 완료한 상태다. 금융위는 상대적으로 부실 가능성이 큰 이자상환유예금액 1조500억원은 금융권 전체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의 0.07%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 사무처장은 “차주 중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자상환유예 차주들이 약 800명 규모로 파악되는데 은행들과 같이 일대일로 밀착마크를 해 최대한 금융 편의를 봐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9월 위기설’ 차단한 당국…연체율은 ↑

 

금융위 브리핑은 예정에 없다가 전날 공지됐다. 이 사무처장은 “국회나 소상공인 업계에서 만기연장과 관련해 조금 잘못 알고 있는 것들이 있어 다시 한 번 설명해 드리고자 일정을 잡았다”고 밝혔다. 정부가 그동안 소상공인 업계를 중심으로 일었던 ‘9월 위기설’ 불안감 차단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그러나 ‘9월 위기설’은 단순히 코로나19 대출 만기연장 종료 때문에 발생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이번 브리핑만으로 시장을 진정시키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금융권 곳곳에서 ‘경고 신호’가 울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제2금융권 상황이 심상치 않다.

사진=뉴시스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상반기 기준 저축은행의 총여신 연체율은 5.33%로 지난해 말(3.41%)보다 1.92%포인트 상승했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5.76%, 가계대출 연체율은 5.12%로 지난해 말 대비 각각 2.93%포인트, 0.38%포인트 올랐다. 고정이하여신비율도 5.61%로 작년 말보다 1.53%포인트 상승했다. 고정이하여신은 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인 부실채권(NPL)을 뜻한다.

 

저축은행도 이용하지 못하는 중·저신용자들이 의지하는 카드론도 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카드 등 국내 카드사 8곳의 지난달 말 장기카드대출(카드론) 잔액은 약 35조3952억원으로, 전월 동기 34조8468억원보다 5484억원 증가했다.

 

◆중국발 위기까지…“위험관리 잘해야”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들은 내부에서만 발생하는 게 아니다. 중국 경기침체 국면이 심상치 않다.

 

최근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채무불이행 사태 이후 중국발 부동산 위기 가능성이 본격화하면서 중국 경제가 침체 상황에서 디플레이션(물가하락)에 들어갈 것이라는 우려가 번진다. 올해 1∼7월까지 한국 수출의 22.9%가 중국(홍콩 포함)이었다. 중국 경제 침체는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중국뿐 아니라 다른 해외부동산 경기도 심상치 않다. 해외부동산에 투자한 국내 증권사에 타격을 줄 수 있다. 한국기업평가(한기평)의 분석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국내 증권사 23곳의 해외부동산 투자 잔액은 총 10조8000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위험노출액 비율은 평균 16.9%였다.

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당장 위기상황이 오진 않겠지만 정부가 관리에 관심을 더 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경제나 정부 여력이 그렇게 약하지는 않기 때문에 한꺼번에 무너지는 위기상황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현재 문제는 가계부채”라며 “연체율이 올라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그 위험 관리를 정부가 얼마나 적절히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9월에 당장 위기가 발생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금융시장 불안 요인이 확대될 수 있는 소지는 상당히 있다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기준금리를 내리지 못하는 만큼 한국은행의 대출지원 프로그램 등 ‘마이크로’ 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도형·이강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