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10명 중 8명은 “중국 경제가 앞으로 계속 부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판로와 품목을 다변화하고 원가를 줄이는 대응전략이 제시됐지만, 중국 부동산발 금융불안, 소비위축, 생산·수출 둔화 등에 우리 기업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중 갈등으로 비롯한 중국발 리스크에서 이젠 중국 내부 경기악화가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30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최근 중국경제 동향과 우리 기업의 영향’ 자료에 따르면, 중국경제가 직면한 불안 요인으로 부동산시장의 금융 불안, 내수소비 위축, 산업 생산 및 수출 둔화가 꼽혔다. 하반기 실적반등을 노리는 우리 기업들에게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
◆中 부동산발 경제 불안 확대
중국경제 불안은 부동산에서 비롯했다.
중국 최대 부동산업체 비구이위안이 채무불이행 위험에 처했고, 소호차이나·중룽신탁 등 개발사, 금융사의 채무불이행까지 이어지며 부동산시장 금융 불안과 이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비구이위안은 2250만달러(약 300억원) 규모 채권이자 지급 불이행을 선언했고, 사무실 개발사 소호차이나는 세금체납, 중룽신탁은 64조원 상품 상환을 연기하는 등 부동산시장의 금융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1∼7월 중국 부동산 투자는 –8.5%로 역성장했고, 7월 70대 도시 중 49곳의 신규주택가격이 하락했다.
내수소비도 위축되고 있다.
리오프닝 효과로 4월 18.4%까지 올랐던 소매판매 증가율이 7월에는 2.5%로 떨어졌고, 높은 청년 실업률에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겹쳐 소비심리가 부진하다. 산업부문도 생산증가율, 제조업 PMI, 수출실적 모두 부진한 모습이다. 소비자물가지수(CPI)는 7월에 –0.3%를 기록했고, 6월 청년실업률은 21.3%에 달한다.
산업생산도 부진하긴 마찬가지다.
산업생산 증가율은 4월 5.6%에서 7월 3.7%로 하락했다. 제조업 PMI는 4개월 연속 기준치(50)에 미달했다. 3월에 14.8%였던 수출 증가율은 7월에 –14.5%로 역성장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우리기업들이 중국경제 회복을 계기로 하반기 경기반등을 노리고 있으나 오히려 중국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시름이 더욱 깊어지는 상황”이라며 “중국경제가 둔화하면 우리기업들은 실적 측면에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중 갈등 이어 중국 경기악화 우려 확산
중국경제의 불안 요인은 이미 우리 기업들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한상의가 대중국 수출기업 302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중국 경기상황이 기업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질문에 32.4%는 ‘이미 매출 등 실적에 영향’, 50.3%는 ‘장기화시 우려’라고 답했다. 대다수 기업이 이미 영향을 받거나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는 것이다.
경영실적의 어떤 부문에 대해 영향을 받는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기업의 42.7%는 ‘중국 내 소비재 판매 감소’, 32.7%는 ‘부품, 소재 등 중간재 판매 감소’, 16.6%는 ‘현지법인 실적 악화’라고 응답했다. ‘대금연체 등 금융리스크’는 8%였다.
가장 우려되는 중국경제의 불안 요인으로는 ‘중국 내 소비침체’가 33.7%, ‘산업생산 부진’이 26.7%로 나타났다. 이어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20%), ‘통관절차·무역장벽 강화’(19.6%) 등이었다. 대외 리스크보다 중국 내부의 경기상황 악화를 더욱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시장에서의 연초 목표 대비 현재까지 경영실적을 물으니 과반이 넘는 기업이 ‘목표대비 저조’(37.7%) 또는 ‘매우저조’(14.7%)라고 응답했다. 이어 ‘목표수준 달성’(45%), ‘초과달성’(2.3%) 혹은 ‘크게 초과 달성’(0.3%)이라 응답했다. 리오프닝 기대감에 비해 실적이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7월 대중 수출, 크게 감소
올해 1~7월 대중국 수출은 전년 대비 –25.9%로 크게 감소했다.
주요 수출품목도 모두 부진했는데,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는 –40.4%를 기록했고, 디스플레이(-45.7%), 석유화학(-22.5%) 등 기타 중간재도 감소폭이 컸다. 대표 소비재인 화장품(-25.3%), 무선통신기기(-12.9%)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중국경제 전망에 대해 기업들의 79.0%가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 원인으로 ‘산업생산 부진’(54.5%), ‘소비 둔화 추세’(43.0%)를 가장 많이 꼽았다.
중국경제가 ‘점차 나아질 것’(21.0%)이라고 응답한 기업들은 그 이유로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 효과’(76.2%)를 가장 많이 꼽았고, ‘리오프닝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응답은 23.8%였다.
중국경제 불안 요인에 대응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전략으로는 ‘제3국으로 판로 다변화’(29.7%), ‘생산시설 제3국 이전’(6.3%)과 같은 탈중국 전략과 ‘중국시장에서 품목 다변화’(18.7%), ‘가격경쟁력 강화’(20.0%) 등 중국 집중 전략이 비슷하게 나타났다. ‘특별히 준비하고 있는 대응방안이 없다’는 답변도 25.0%였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최근 중국 경기부진의 원인이 디레버리징(부채 축소)과 같은 장기적 구조조정의 과정이라는 관측도 있어서 긴 호흡으로 대응방안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시장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판로나 생산기지를 다각화 하는 ‘차이나 플러스 원’(China Plus One) 전략이나 확실한 경쟁우위를 갖는 초격차 기술혁신 전략 등 기업상황에 맞는 다양한 옵션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