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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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인플루언서가 모집책… 불법 다단계업체 3곳 적발

#. 서울에 사는 A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인플루언서가 하는 화장품 광고를 보고 구매하고 싶다는 쪽지를 보냈다. 인플루언서는 A씨와 만나 화장품을 사는 것뿐만 아니라 직접 판매하고, 산하에 판매원이 많아지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유혹했다. A씨는 약 330만원가량의 화장품 12세트를 사고 판매원이 되기로 했다. 지인을 통해 판매하고 직접 홍보하며 활동한 결과 본인 산하에 판매원이 늘기 시작했다. A씨는 수당이 나오길 기다렸지만, 해당 업체는 수당 지급을 미루다 결국 망했다. 제품 환불도 거부돼 A씨는 투자한 돈을 모두 날렸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지난달 방문판매업체 B사, 후원방문판매업체 C사와 D사 등 3개 특수판매 업체를 미등록 다단계 영업행위 혐의 등으로 적발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들은 실제로는 다단계 영업을 하면서도 방문판매업 또는 후원방문판매업으로만 신고한 채 불법으로 영업해 약 81억원 상당의 부당매출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은 방문판매·후원방문판매·다단계판매 유형별로 나누어 판매업자가 3계층 이상으로 이뤄진 판매조직을 갖추고, 다른 판매원의 매출실적에 영향을 받는 다단계수당을 지급할 경우 반드시 다단계판매업으로 등록하도록 했다. 이번에 적발된 업체들은 요건충족이 비교적 간단한 방문판매 또는 후원방문판매업으로 등록하고 실제로는 다단계 영업행위를 해 다단계판매업자에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법적 의무와 부담을 회피했다.

 

방문판매업으로 신고하고 화장품을 불법 다단계 영업방식으로 판매하다 적발된 B사는 SNS상 영향력이 있는 인플루언서를 통한 홍보 방식이 화장품 판매 업계에 유행한다는 점을 신종 범죄수법으로 악용했다. 인플루언서들을 최상위 판매원 자격으로 계약하고 이들의 팔로워들을 대상으로 회원모집에 나섰다. 최초 330만원 상당 상품 1세트를 사면 셀러자격의 회원이 된다. 본인 하부에 회원을 많이 모집해 매출이 늘어나면 상위직급으로 승급되고 많은 수당도 받을 수 있다며 현혹했다. 최대 7단계 이르는 다단계판매조직을 개설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약 7억원 상당의 부당매출을 올렸다.

서울특별시청. 연합뉴스

후원방문업체 C사는 판매원들의 매출실적에 따라 직급을 ‘준회원’부터 최상위 ‘상무’까지 총 7단계 구조를 갖춘 조직을 만들었다. 2020년 7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약 71억원 상당의 화장품을 판매해 부당매출을 올린 혐의를 받는다. 수사 착수 전 이미 C사가 영업장을 폐쇄하고, 회원 조직에 대한 자료를 폐기하는 등 수사망을 빠져나가려 했으나, 시가 금융거래 IP를 추적한 끝에 대표 외에도 배후에서 범죄를 기획한 몸통 ‘상선(우두머리)’을 특정할 수 있었다.

 

또 다른 후원방문판매 업체 D사는 관할 당국에 신고한 수당 기준과 다르게 다단계방식의 특별 프로모션(수당) 지급기준을 만들어 운영하다 적발됐다. D사는 매출이 떨어지자 매출증대 효과가 큰 다단계수당 지급기준을 마련해 지난해 9~11월 3개월간 전국 5개 센터 중심으로 시행하며 비타민제 등 건강기능 식품 2억7000만원 상당을 불법으로 판매했다. 

 

판매조직이 외형상으로는 3단계 이상으로 보이지 않더라도 사실상 3단계 이상으로 관리 운영되고 있다면 다단계판매조직에 해당한다.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시는 지인 등을 통해 판매원 가입을 권유받는 경우 해당 업체가 다단계판매업으로 등록이 돼 있는지 먼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등록 여부는 공정거래위원회, 직접판매 또는 한국특수판매 공제조합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범죄 피해를 봤거나 범죄행위를 포착해 결정적인 증거와 함께 범죄사실을 신고·제보할 경우 최대 2억원까지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서영관 시 민생사법경찰단장은 “무늬만 방문판매 또는 후원방문판매 업자의 불법적 다단계판매 행위가 여전한 상황”이라며 “불법 다단계의 피해가 서민층에 집중되는 만큼 범죄 예방과 불법행위 적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구윤모 기자 iamky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