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박민식 보훈부 장관 “강기정 시장과 국회 활동 같이 해 잘 알아… 곤혹스러울 것”

여야 의원에서 ‘정율성 설전’ 상대로…‘한나라’ 박민식과 ‘열린우리’ 강기정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지난 28일 전남 순천역 광장에서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순천=뉴스1

 

“제가 국회에서 강기정 시장하고 같이 활동해서 잘 알고 있습니다만….”

 

30일 오전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한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광주광역시의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사업을 둘러싼 논란에 강기정 광주시장도 상당히 곤혹스러울 거라는 취지 주장을 펼치면서 이처럼 언급했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광주시의 정율성 기념사업을 ‘민주화 영령이 통탄할 일’이라며 강하게 비판한 후 설전의 상대가 된 강 시장이 어떠한 인물인지 잘 안다는 뜻으로 비친다.

 

강 시장을 ‘잘 안다’는 뉘앙스의 박 장관 표현은 두 사람의 여야 의원 활동 시기가 제18~19대 국회에서 겹친 것과 무관치 않다. 박 장관은 외무부와 검사 시절을 거쳐 2008년 당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부산 북구·강서구갑 공천을 따낸 뒤 제18대 국회의원이 됐고, 강 시장은 이보다 앞선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더불어민주당 전신) 후보로 나서 국회에 입성했다.

 

의정활동이 크게 부각되진 않았어도 진영이 달랐던 탓에 특정 이슈에서 엇갈린 두 사람 주장이 보도된 적은 있다. 2014년 1월 국내 최악의 카드사 정보 유출 사고 당시 같은 라디오 방송에 나온 두 사람이 국정조사를 두고 이견을 드러내면서다. 사건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책 마련을 위한 민주당의 특별위원회 구성에 따라 위원장에 임명된 강 시장은 해당 사안을 ‘범국회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었고, 박 장관은 국정조사와 청문회에 반대하는 당의 입장과 일치하는 주장을 폈었다.

 

나란히 의정활동을 펼쳤던 두 사람 행보는 19대 국회를 끝으로 갈라졌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공천에서 배제된 강 시장은 독일 유학길에 올라 4차 산업혁명 등을 공부하고 돌아온 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지낼 때 친문대열 길을 걸었으며, 2019년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임명돼 1년8개월간 대통령을 보좌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소속 투수였던 고(故) 최동원을 기리는 최동원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맡았던 박 장관은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기획실장을 지냈고, 당선인 특별보좌역에도 임명됐다.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성남 분당갑 출마 의사를 밝혔지만 안철수 의원 전략 공천과 맞물려 뜻을 접었고, 윤석열 정부의 인사 단행에 따라 장관급인 국가보훈처(이후 국가보훈부로 격상)장에 임명됐다.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이 지난 23일 오후 광주시청 중회의실에서 열린 광주시와 한국정치사상학회 공동 학술회의에 참석해 환영사를 하고 있다. 광주=뉴스1

 

이처럼 각자의 길을 걸으며 부딪칠 일이 없었던 두 사람은 국가보훈부 장관과 광주시장으로서 정율성 공원 사업을 놓고 충돌 중이다.

 

박 장관은 30일 BBS 라디오에서 ‘강기정 시장이 지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혹스러운 입장일 거라는 말인가’라는 진행자 질문에 “그렇게 추측한다”고 답했다. 특히 정율성 기념 사업이 과거 노태우 정부에서 시작됐다는 전날 같은 방송에서의 강 시장 주장에는 “전형적인 물타기 수법”이라며 “광주의 현재 입장이 중요하고, 광주시민의 의사가 중요한 것”이라고 맞받았다.

 

박 장관은 “역사기념공원은 일회적 사업이 아닌 영구적인 사업이고 그 사람의 일생을 위인으로 기념하자는 것 아닌가”라며 “대규모 예산까지 투입되는데 과거 정부의 일과 지금 광주시가 하는 일은 질적으로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강 시장은 지난 29일 같은 방송에서 ‘박민식 장관이 직을 걸고 정율성 공원을 저지하겠다고 하던데’라는 진행자 말에 “거기다 왜 직을 거느냐”며 말도 안 된다는 투로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보훈부는 광주 시민을 믿고 광주시장을 신뢰하고 ‘광주시에서 잘 해라’ 이렇게 하는 걸로 멈추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박 장관을 향해 메시지를 던졌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