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평균 퇴직금이 5억원을 훌쩍 넘어서면서 회사를 떠나 새로운 삶을 설계하려는 직원이 늘어나고 있다. 정년 전 임금피크를 계산해 10억원이 넘는 퇴직금을 받은 행원들도 나오는 가운데, 희망퇴직 연령은 40대에서 30대까지 내려왔다.
31일 뉴시스와 금융권과 각사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날 230여명의 직원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난다. 희망퇴직 대상자는 근속연수 15년 이상의 1983년 이전 출생 직원이다. 만 39세부터 대상이 됐다.
앞서 신한은행은 1월에도 390여명의 직원이 희망퇴직으로 짐을 싼 바 있다. 올해 상하반기 620여명으로 지난해 250여명 대비 2.5배에 달하는 규모다.
하나은행에서는 올해 들어 339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났다. 상반기 279명, 하반기 60명 규모로 준정년 315명과 임금피크 24명이 짐을 쌌다.
KB국민은행은 매년 연말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다음 연초에 실시하고 있다. 올해 1월에는 713명의 직원이 명단에 들어갔다.
NH농협은행은 493명, 우리은행은 349명의 행원이 지난해 하반기 희망퇴직자로 집계됐다. 이를 합산하면 5대 은행에서만 2500명이 넘는 규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임금피크를 계산해보면 굳이 총액을 덜 받으면서 정년까지 일하려는 경우는 드물고 대다수가 희망퇴직 선택으로 가는 추세"라며 "업계 상황도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기회가 될 때 많이 받고 나가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업무의 급속한 비대면 디지털화로 영업점과 직원 축소가 은행권의 불가피한 과제로 대두됐다"며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청년일자리 창출의 일환으로 은행들이 채용을 평년 대비 2배가량 늘리기도 했다. 이런 영향 등으로 희망퇴직 인원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위원회 '5대 은행 성과급 등 보수체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5대 은행의 1인당 총퇴직금은 평균 5억400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평균 법정 기본퇴직금 1억8000만원과 희망퇴직에 따른 특별퇴직금 3억6000만원을 더한 액수다.
전년(5억1000만원) 대비로는 3000만원 증가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올라 6억~7억원을 수령하는 경우가 많고 10억원을 넘기는 사례도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시중은행의 '연봉킹' 자리에는 은행장이 아닌 퇴직자들이 이름을 올렸다.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 모두 최대 지급액이 8억원을 넘었고 최고 11억원을 돌파한 사례도 나왔다.
시중은행 반기보고서에는 5억원 이상을 수령해 공시 대상인 임직원으로 희망퇴직자들이 다수 포함됐다. 4대 은행의 보수총액 상위 5명은 모두 퇴직한 직원들이 차지했다.
하나은행은 관리자 직위의 퇴직자 5명이 퇴직금으로 10억5000만~11억300만원을 받았다. 이들의 보수총액은 11억2400만~11억8700만원 규모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