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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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떠도는 ‘방사능 멧돼지’, 체르노빌 아닌 냉전시대 핵실험 탓”

유럽의 ‘방사능 멧돼지’의 원인이 기존에 알려진 것처럼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아닌 냉전 시대 핵무기 실험의 영향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30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독일 빈공과대 및 라이프니츠대 공동 연구팀은 국제저널 ‘환경과학기술’에 게재된 보고서에서 독일 바이에른주 숲에 서식하는 야생 멧돼지 무리가 여전히 기준치를 뛰어넘는 수준의 방사능에 오염돼 있다고 밝혔다. 

 

2017년 11월 독일 베를린 인근에서 발견된 멧돼지. 베를린=AFP연합뉴스

연구진이 멧돼지에서 검출된 방사성 물질을 분석한 결과 핵무기 폭발에 의해 생성되는 세슘-135가 확인됐으며, 이는 “멧돼지들이 1960년대 유럽에서 이뤄진 핵무기 실험에 영향을 받은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다른 야생 동물의 방사능 수치가 수년에 걸쳐 감소한 반면 멧돼지의 오염 수준이 높은 이유를 탐구했다. 

 

그 결과 핵무기 실험에서 나온 방사성 세슘이 땅속으로 가라앉아 멧돼지의 먹이인 사슴송로버섯을 오염시켰다는 것을 발견했다. 

 

중부 유럽 산간지대를 떠도는 ‘방사능 멧돼지’는 흔히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결과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의 위치는 독일 바이에른 주에서 약 1986km 떨어져 있어 낙진만으로는 여전한 멧돼지 오염의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웠다.

 

멧돼지는 고기를 위해 적극적으로 수렵되지 않기 때문에 그 수가 늘어나고 있고, 이들의 지속적인 방사능 오염은 바이에른 숲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고 연구진은 경고했다. 


윤솔 기자 sol.y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