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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 ICO 탓 불확실성 커져… 증권성 구분 놓고도 대립 [심층기획-가상자산 ‘가려진 진실’]

(3회) 혼란의 미국 코인 시장

2021년 ICO 분석결과 80% ‘사기성’
“해당 코인들 어떻게 할지 논의 필수”

증권성 판단 가상자산, SEC가 관할
기타 코인은 CFTC… 업무중복 문제
리플코인 소송 등 법적공방도 발생
규제기관 확립 필요성 목소리 나와
가상자산 미래 놓고도 의견 엇갈려

“최근 미국 가상자산 시장의 가장 큰 화두는 규제의 불확실성입니다. FTX 거래소 사태 이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 등 대형 거래소에 규제를 가하고 있는데 업계에서는 미래에 어떤 규칙으로 가상자산 시장이 움직일지 고민이 많습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가상자산 시장을 연구하고 있는 케빈 웰바크 교수는 최근 미국 현지에서 세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의 가상자산 시장을 ‘혼란 상태’라고 진단했다.

 

미국 SEC는 비트코인을 제외한 모든 가상자산을 ‘미등록 증권’으로 규정하고 거래소에 대해 철퇴를 가하고 있다. 이에 코인베이스 같은 대형 거래소들은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대대적인 법적대응과 정치권 로비 등을 통해 맞선다. 미 의회에서는 보수, 진보 진영으로 나뉘어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자산의 투기성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웰바크 교수는 가상자산 호황기에 이뤄진 무분별한 ICO(가상자산 공개)가 이 같은 규제 혼란을 촉발한 하나의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가 기존 연구 자료를 토대로 2021년의 ICO를 분석한 결과 당시 가상자산의 약 80%는 사기성이 짙은 프로젝트였다. 웰바크 교수는 “가상자산이 활용성을 갖췄다고 하더라도 현재는 투자목적이 짙다”며 “누가 봐도 불법적인 ICO를 어떻게 할지 어떤 식으로 사기를 방지하고 어떤 방식으로 정보를 공개할지, 이미 일어난 사기성 짙은 가상자산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논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가상자산은 증권인가

 

세계일보는 지난 6월28일부터 7월 초까지 5명의 미국의 가상자산 전문가들과 만나 미국이 현재 가상자산 시장 규제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국내에서는 6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가상자산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가상자산을 어떻게 평가하고 규제할지에 대한 대안은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99% 가격 대폭락을 초래한 테라·루나를 사전에 가려낼 방법은 현재는 없는 상황이다.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미국의 가상자산 규제는 향후 우리 정부가 가상자산의 증권성을 판단하고 전통 금융산업에 어떤 방식으로 편입시킬지 방향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유럽, 한국과 달리 별도 입법 없이 기존의 금융법규를 통해 가상자산을 감독하고 있다. 증권성이 있다고 판단한 가상자산의 경우 증권으로 간주해 SEC가 관할하고 비트코인처럼 발행자가 특정되지 않은 기타 가상자산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담당한다.

 

증권성의 판단 기준은 미국 대법원이 정한 증권의 기준인 하위테스트(Howey Test)를 활용한다. 하위테스트는 증권의 4가지 기준으로 금전투자, 공동투자, 투자자의 이익에 대한 기대, 타인의 노력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를 토대로 SEC는 바이낸스 코인(BNB)을 비롯해 에이다(ADA), 솔라나(SOL), 폴리곤(MATIC) 등 주요 거래소에서 대중적으로 거래되고 있는 가상자산을 “증권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가상자산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SEC의 입장에 공감하면서도 현재 기준에는 혼란이 크다고 지적했다. 가상자산을 상품과 증권으로 나누는 과정에서 리플코인 소송과 같이 증권성을 둘러싼 공방이 발생하고 있고 CFTC와 SEC 간의 업무 중복 문제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 법원은 지난달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리플 판매에 대해서는 증권성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기관을 상대로 한 리플 판매는 증권성이 있다는 모호한 판단을 내렸다. 지난달 법원에서는 테라·루나와 SEC 측의 소송 과정에서 “(가상자산의) 판매 방식에 따라 증권성을 구분하는 것은 거부한다”는 발언이 나왔다.

◆미국은 기존 법으로 가상자산 규제 방향

 

신스테인 스미스 레만대학 교수는 “비트코인의 경우 증권이 아니라는 합의에 도달했지만 SEC 의장 게리 겐슬러는 비트코인을 제외한 다른 모든 가상자산을 증권으로 취급하고 규제해야 한다는 것에 매우 단호하다”며 “이런 문제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미국 의회에서 여러 법안이 제출됐지만 SEC가 기본 가상자산 규제 기관의 역할을 하고 있는 사실은 변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SEC의 관점에서 리플이 기관을 통해 판매될 때 여전히 증권으로 간주된다는 재판 결과는 앞으로 더 많은 입법과 법적 조치를 위한 문을 열어줄 것”이라며 “SEC와 리플의 법적 다툼은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가 명확성과 일관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향하는 하나의 과정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같은 혼란에도 사업성이 불분명한 가상자산을 막기 위해 규제 기관이 확립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스미스 교수는 “가상자산 업체를 심사하고 검토하는 과정은 아직 진행 중이지만 다른 금융투자의 안전장치 및 모범사례를 따르고 가상자산에 대한 전문지식이 있는 재정고문과 협력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스테판 체커티 브랜다이스대학 교수(국제금융 대학원)는 인터뷰에서 “(미국의) 현행 금융법만으로 투자자를 보호하고 시장의 효율성을 보장하고, 불법 활동을 방지하고 금융안정성을 보호하기에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가상자산은 일종의 투자계약증권으로 기존 금융체제에서 관리하고 규제하는 데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가상자산 거래도 이미 온라인에서 거래되고 있는 대부분의 금융자산처럼 규제될 수 있다”며 “전 세계에서 거래되는 측면이 있지만 물리적 위치에 따라 본국에서 거래되는 자산은 그 나라의 규정에 따르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상자산의 미래에 대한 의견도 분분

 

미국 내에서는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으로 전통 금융기관의 영향력이 확대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등 전통 금융사들은 SEC에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신청서를 내고 있다. 비트코인에 대한 현물ETF 승인이 떨어지면 기관투자자 등 장기투자자들이 몰릴 수 있다.

 

미국의 주요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연구원 짐 하퍼는 “가상자산이 결제시스템 측면에서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미국 의회에서도 가상자산 가치를 달러화 가치로 고정한 스테이블 코인을 둘러싼 법제화 움직임이 가장 활발했다.

 

하퍼는 “현재는 은행이 금융 서비스를 규제하고 사람들의 거래를 감시하지만 미국인들은 이를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위협적인 것으로 본다”며 “가상자산 거래를 활용하면 은행의 금융 감시를 피하고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거래를 파악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블록체인 기술이 완전히 사용될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만 데이터 구조와 P2P 네트워크 사용은 기존의 가치 이전, 금융 서비스 변화, 기업 및 정부 시스템의 변화를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자산 결제에 대한 회의적인 전망도 있다. 탈중앙화를 기치로 등장한 가상자산이 지분증명 방식, 거래소 등을 통해 중앙집권화되면서 금융안정성은 더욱 불안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힐러리 알랜 아메리칸대학 교수(법학)는 “가상자산은 중앙 집중화된 금융 시스템보다 효율적이지 않고 더 복잡하다”며 “비트코인조차 지불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빠르게 중앙 집중화됐고 소규모 소프트웨어 개발자 및 마이닝 풀 그룹에 의존하고 있어 투자자 보호를 위한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