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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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창립 35주년’ 유남석 “시대정신 맞는 헌법재판 실현 노력”

“35년간 사회 갈등 해결”
기념사서 시대정신 강조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1일 헌법재판소 창립 35주년을 맞아 “35년간 쌓아 온 헌법재판의 경험과 지혜를 바탕으로, 변화하는 사회 현실과 시대정신을 담아 국민의 삶 속에 헌법의 정신과 가치를 온전히 구현하는 미래를 열어가고자 한다”며 ‘시대정신’을 강조했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1일 서울 종로구 헌재에서 열린 헌재 창립 35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유 소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헌재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호주제, 집회·시위의 규제, 간통죄, 대통령 탄핵, 양심적 병역 거부, 낙태죄 등에 대한 결정을 통해,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갈등을 헌법적으로 조정하고 해결했다”고 지난 35년을 돌아보며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균형 있게 검토해 헌법재판에 반영하며, 사회 변화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헌법의 새 지평을 모색하는 노력이 계속될 때, 시대정신 발전에 맞는 헌법재판이 실현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유 소장 기념사 전문.

 

존경하는 전임 헌법재판소장님과 재판관님을 비롯한 내외 귀빈 여러분, 그리고 헌법재판소 가족 여러분!

 

1988년 9월1일 출범한 헌법재판소가 올해로 창립 35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헌정사에 대한 반성과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향한 온 국민의 열망 속에서 탄생한 헌법재판소는 지난 35년간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헌법을 수호하는 본연의 소임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 결과 1988년 창립 당시 불과 39건이었던 접수 사건 수가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여 현재 연간 3000건 안팎에 달하고 있으며 누적 접수 사건 수는 금년 말경 5만건을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또한 근래 우리 사회의 중요한 현안들은 거의 예외 없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기 위하여 사건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는 헌법재판소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기대가 점점 더 커져 가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헌법재판소는 호주제, 집회·시위의 규제, 간통죄, 대통령 탄핵, 양심적 병역 거부, 낙태죄, 선거운동과 표현의 자유 제한 등 사회적으로 논쟁이 되고 가치와 의견의 대립이 심한 사안들에 대한 결정을 통해,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갈등을 헌법적으로 조정하고 해결하였습니다. 이제 헌법은 모든 국가행위의 기준이자 국민의 삶 속에 살아 숨쉬는 규범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국제적 측면에서, 헌법재판소는 세계의 헌법재판을 선도하는 높은 위상을 가지게 되었고, 아시아헌법재판소연합(AACC) 연구사무국 운영 등을 통하여 아시아 헌법재판 활성화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성과의 바탕에는 역대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의 지혜와 노력, 여러 관계기관의 아낌없는 협조, 그리고 헌법재판소 모든 구성원들의 열정과 헌신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국민 여러분의 헌법재판소에 대한 관심과 성원, 그리고 신뢰가 있었기에 헌법재판소 35년의 빛나는 역사가 가능했습니다.

 

오늘의 헌법재판소가 있기까지 각고의 노력과 수고를 아끼지 않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고 감사드립니다.

 

 

존경하는 내외 귀빈 여러분!

 

이제 헌법재판소는 창립 후 지금까지 35년간 쌓아온 헌법재판의 경험과 지혜를 바탕으로, 변화하는 사회현실과 시대정신을 담아, 국민의 삶 속에 헌법의 정신과 가치를 온전히 구현하는 미래를 열어가고자 합니다.

 

헌법재판소 창립 35주년인 금년부터 역대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 등의 재판 활동과 재판소 운영에 관한 생생한 경험을 담은 구술기록을 책자로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역대 재판관 등의 기억과 회고는 향후 헌법재판소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데 있어서도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현재에 이르게 한 길을 알면 미래로 가는 행로를 분명하고 현명하게 그려낼 수 있습니다. 그동안 헌법재판소가 걸어온 발자취를 거울삼아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고자 합니다.

 

헌법재판소의 본분은 헌법재판입니다. 헌법재판을 통해 인간의 존엄과 자유, 평등을 국민의 삶 속에 정의롭게 구현해 내는 것이 우리의 사명입니다. 헌법재판이라는 본연의 책임과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헌법재판소는 재판부·연구부·사무처 모두가 재판 업무를 중심으로 하나가 되어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최근 몇 년간 헌법연구관 증원과 심판지원 조직 확대·개편, 도서관 이전 및 확장, 지능형 헌법재판시스템 구축사업 등을 추진하였습니다. 재판 중심의 재판소, 국민들의 삶과 함께하는 재판소가 되기 위한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지난 35년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면서 본연의 업무에 더욱 내실을 기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내외 귀빈 여러분!

 

오늘날 우리는 정보통신과 인공지능의 발달에 따른 산업과 사회의 변화,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의 변화, 사회 양극화, 심각한 환경오염과 기후위기 등으로 급변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역사에서 도전과 난제는 새로운 미래를 향한 도약의 기회이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변화와 도전의 시대에 헌법재판소는 헌법질서의 대전제인 기본적 인권과 민주주의, 법치주의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하여, 급변하는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역사를 써나가고자 합니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를 균형 있게 검토하여 헌법재판에 반영하며, 사회의 변화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헌법의 새로운 지평을 모색하는 노력이 계속될 때, 국민들 삶의 현실이 제대로 투영된 헌법재판, 그리고 시대정신의 발전에 맞는 헌법재판이 실현될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급변하는 시대환경 속에서 헌법의 가치와 원리들을 가장 잘 구현하는 길이 무엇인지 더욱 세심하게 살피고, 새로운 사회현상과 시대적 요구들을 조화롭게 수용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습니다.

 

헌법재판소가 행사하고 있는 재판권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 위임의 취지에 따라 헌법의 뜻과 정신을 국민의 생활 속에 온전히 구현하고, 헌법재판의 독립성과 중립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더욱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헌법재판소를 응원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헌법재판소가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박진영·안경준 기자 jy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