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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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옷입은 교사들 국회 앞으로…“20만명 운집” [이슈+]

교육부 ‘엄벌’ 으름장에도…4일 ‘공교육 멈춤의 날’ 강행
조희연 “엄벌주의적 시각…50만 교사 적으로 돌리는 것”
최근 잇단 교사들 죽음 영향…교대생 단체도 참여 의지
“학생·학부모 등 96% ‘교사 집단행동 징계’ 부적절 응답”

서이초 사망 교사의 49재인 9월4일을 이틀 앞두고 검은 옷을 입은 교원들이 진상 규명과 교권 회복 대책을 촉구하며 국회 앞에 모였다. 전·현직 교사와 예비교사 약 20만명(주최측 추산)은 2일 서울 국회 앞 전차로와 인도에서 서이초 교사 추모 집회를 열었다. 숨진 서이초 교사 동료 선생님들과 대학원 동기들도 추모의 자리에 함께했다. 집회 참여 교사들은 특히 아동복지법 제17조 5호의 법안 개정을 요구했다. 이 조항은 정서적 학대 행위가 광범위하게 적용되어 교사에게 정당한 교육활동이 무분별하게 아동학대로 신고 당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 앞에서 열린 50만 교원 총궐기 추모 집회에서 지난 7월 숨진 서이초 교사 대학·대학원 동기 동료들이 헌화를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지난 7월18일 서이초 교사가 사망한 뒤 매주 토요일 서울 도심에서 이어진 7번째 ‘50만 교원 총궐기 추모 집회’다. 이들은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일인 오는 4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하고, 오후 4시30분부터 국회 앞에서 추모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이날은 국회 앞 집회와 함께 전국 시도교육청 앞에서도 집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릴 예정이다.

 

교육부는 이러한 움직임을 ‘불법 행위’로 규정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최근 이틀사이 경기 고양시와 전북 군산시에서 초등교사가 또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교권 보호를 요구하는 교사들의 목소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두 교사의 죽음을 애도하며 경찰과 관할 교육청에 철저한 조사를 요청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교육부를 향해 “사실 이렇게 엄벌주의적 시각만 가지만 50만 교사를 다 적으로 돌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 현장 혼란 계속

 

교육부의 강경 대응 방침으로 각 학교에서는 재량 휴업일 지정을 대부분 취소했지만, 적지 않은 교사들이 연가나 병가 등을 사용해 개별적으로 단체 행동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계속해서 주변에 알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당초 국회 앞 추모 집회를 준비하던 초등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 관계자들의 모임은 해산됐지만, 집회를 열겠다는 새로운 모임도 생겨났다. ‘한마음으로 함께하는 모두’라는 이름의 교사 모임은 기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9월4일 오전에는 서이초에서 개별 추모 활동을, 오후 4시30분부터 6시에는 국회 앞에서 추모 집회를 가질 예정”이라며 “1만명 이상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재량휴업일을 지정한 학교 중에는 서이초도 포함됐으며, 당일 학교 앞 추모 집회 가능성이 있어 안전 문제 등으로 정상 학사 운영이 어려워 휴업을 신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량휴업일 지정 취소와는 달리 당일 병가나 조퇴 등을 쓰겠다는 교사들은 적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디스쿨 관계자는 “교육부의 강경 대응 방침 발표 이후 고민하는 교사들도 있지만 오히려 병가나 공가, 조퇴 등을 쓰겠다는 교사도 아직 많다. 현재 단체 행동에 대한 구심점이 없는 상황에서 막상 당일 뚜껑을 따봐야 얼마나 많은 교사가 참여하는지 여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 추모 및 입법촉구 7차 교사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악성민원인 강경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교대생들의 단체인 ‘전국교육대학생연합’도 9월4일 단체 행동을 지지하며 전국교육대학교에서 동시다발 추모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일부 학부모들은 당일 체험학습 신청서를 내는 등 교사들의 단체 행동을 돕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조희연 교육감은 지난달 31일 교육부에 9월4일 공교육 멈춤의 날과 관련해 논의할 테이블을 만들자고 재차 제안한 바 있다. 제안에는 교사노동조합연맹,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실천교육교사모임, 좋은교사운동, 새로운학교네트워크 등 5개 교직 단체도 함께 했다. 조 교육감은 “9월4일을 공교육을 다시 세우는 날로 지정하고 추모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며 “선생님들이 다시 상처 입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정부가 슬기로운 선택을 하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학생·학부모들 교사에 공감·호응

 

학생과 학부모들은 4일 집단 행동을 하는 교사들에게 공감하는 분위기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좋은교사운동은 지난달 30일부터 1일까지 교사를 제외한 32만4004명(학생 2만1006명, 학부모 9만1723명, 일반 시민 21만1275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96%(31만1590명)가 9월4일 단체 행동 관련 교육부의 교사 징계가 부적절하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 중 88.1%는 교사 징계가 ‘매우 부적절하다’, 8%는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2.6%만이 교사 징계가 ‘매우 적절하거나 적절하다’고 답했다.

 

또한 9월4일 단체 추모 행동을 위해 교사들의 연가나 병가, 재량휴업일을 승인하는 교장에 대해서도 징계할수 있다는 교육부 방침에 대해서도 93.5%(매우 부적절 85.5%·부적절 8%)가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서이초 사건을 비롯해 교권 침해 사안에 대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책임이 어느 정도 있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95.3%가 책임이 크다고 답했다.

 

좋은교사운동은 “대다수가 교사 징계 예고에 대해 매우 부적절하다고 생각하고 있음에도 교육부는 9월4일 교사들의 연가, 병가 및 재량휴업일 지정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징계 방침으로 교사들을 누르면 누를수록 학교 현장의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서이초 교사 추모 및 입법촉구 7차 교사 집회가 열리고 있다. 뉴스1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체험학습 신청서’를 제출해, 교사들이 집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돕자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서울 송파구 모 초등학교 학부모회는 학부모들에게 “선생님들이 자유로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당일 하루 가정 보육 또는 체험학습을 활용하는 건 어떻겠나”라며 “선생님들이 자신의 권리에 목소리를 내고 공교육 정상화를 촉구하는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이 옳은 행동인지 말해줄 수 있는 시간”이라고 독려했다. 

 

학부모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9·4 공교육 멈춤의 날 지지 서명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서명운동 글 작성자는 “몇몇 악성 민원인이 학교와 교사 탓이라며 소리를 지를 때 조용히 내 아이에게 배려와 양보를 가르치며 선생님을 응원하는 다수의 학부모가 있다”며 “9월4일 공교육 멈춤의 날, 선생님들께 지지를 보낸다”라고 밝혔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