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를 타도하자! 프랑스는 떠나라!”
니제르 수도 니아메에서 사흘째 반(反)프랑스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 쿠데타로 정권을 빼앗은 군부는 과거 니제르를 식민지로 지배했던 프랑스에 대한 대중의 반감을 십분 활용하는 중이다. 프랑스와의 오랜 관계를 끊고 새롭게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보겠다는 심산이다. 하지만 니제르에 약 1500명 규모의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는 프랑스는 호락호락 당하지만은 않겠다는 각오다.
3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카트린 콜로나 프랑스 외교부 장관은 이날 유력 일간지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쿠데타를 일으킨 니제르 군부를 ‘반역자’(putschist)로 지칭했다. 그러면서 군부에 의해 축출된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에 대한 프랑스의 지지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전날 “매일 바줌 대통령과 통화하는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7월 쿠데타 발생 후 니제르는 주동자인 압두라흐마네 티아니 장군이 과도정부를 꾸려 통치하고 있다. 티아니 장군은 바줌 대통령 밑에서 경호실장으로 일했던 인물이다. 쿠데타의 정당성을 강변하기 위해 그는 대중의 반프랑스 정서를 조장하고 동원하는 중이다. 니제르는 19세 말 프랑스의 지배 하에 들어갔고 1906년 프랑스·영국 협정에 따라 프랑스의 정식 식민지가 되었다가 1960년에야 독립했다.
티아니 장군은 니제르를 대하는 프랑스의 태도를 ‘신(新)식민주의’로 규정한다. 그러면서 프랑스는 니제르에 대한 부당한 내정간섭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프랑스는 아프리카 사헬 지역에서 발호하는 테러리스트 집단을 소탕하기 위해 니제르에 1500명 규모의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는데, 니제르의 쿠데타 세력은 즉각적인 철군을 촉구하고 나섰다. 아울러 니제르에 주재하는 프랑스 대사관에도 철수할 것을 요구하며 실뱅 이테 주(駐)니제르 대사한테 일방적으로 추방령까지 내렸다.
이날 콜로나 장관은 쿠데타 세력이 뭐라고 하든 이테 대사는 계속 니제르에 남아 임무를 수행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테 대사는 니제르의 합법 정부를 상대로 프랑스를 대표하는 인물”이라며 “아무런 정당성도 없는 쿠데타 세력의 명령에 고개를 숙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테 대사는 현재 완벽한 안전 속에서 반역자들과 대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 다수가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니제르는 프랑스와 유사한 대통령제 헌법을 갖고 있다. 하지만 독립 후 수십년간 쿠데타가 되풀이되며 군정과 민정을 오가는 혼란에 빠졌다. 2021년 기준으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약 550달러에 불과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축에 든다. 지금까지는 프랑스의 원조에 크게 의존해왔으나 쿠데타 세력은 프랑스와 관계를 끊고 러시아 등 권위주의 국가들로부터 경제발전에 필요한 지원을 얻어내려는 위험한 발상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