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의 한 중학교에 재학 중인 최모(14)군은 올해 들어 체중이 5㎏이 늘었다. 학업 때문에 대부분의 시간을 책상에서 보내기 때문이다. 운동은 학교에서 진행되는 ‘주 3시간’ 체육 수업이 전부지만, 제대로 된 신체 활동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운동보단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시간에 가깝다. 최군의 살이 찔수록 어머니 김모(42)씨의 근심도 쌓인다. 김씨는 “운동량이 부족하니 아이가 살이 찌고, 건강이 우려스럽다”며 “학업에 신경을 안 쓸 수 없다 보니 학교에서라도 제대로 신체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신체·정신적으로 발달해가는 성장 시기에 한국 청소년들이 ‘운동 부족’에 빠졌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오래된 격언이 있지만, 한국의 교육 현실은 정반대다. 한국체육기자연맹은 4일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국회 의원회관에서 ‘체육 없는 학교 교육, 미래도 없다’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학교 체육 정상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2년 국민생활체육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0대 청소년의 생활체육 참여(일주일에 1회·30분 이상 운동) 비율은 52.6%에 불과하다. 2021년(55%)보다 2.4%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10대 절반은 일주일에 30분도 운동하지 않는 셈이다. 이는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낮다. 70대 이상 노년층(54.3%)보다도 10대의 체육 활동이 부족할 정도다.
운동 부족은 과체중 등 건강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는 상태로 이어진다. 교육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1년도 학생 건강검사 표본통계’에 따르면 2021년 초중고 전체 학생 중 비만 학생 비율은 2019년(15.1%) 대비 3.9%포인트 증가한 19%로 나타났다. 과체중 학생 비율은 1.1%포인트 늘어 11.8%다. 비만 및 과체중에 포함되는 학생이 10명 중 3명(30.8%)꼴이다.
하지만 현행 교육체계를 살펴보면, 초등학교 1~2학년 통합교과에서는 스포츠로 분류할 수 있는 수준의 신체 활동을 기대하기 어렵다. 수업을 교사 재량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으며, 교육과정에 따라 음악과 미술이 함께 묶이다 보니 체육이 외면당하는 일이 많다. 또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입시 부담이 커지며 체육 교과목이 아예 등한시되는 경향성이 나타난다.
세미나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신체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체육교육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는 “몸은 마음이 거주하는 집”이라면서 “학생들의 성장에 중요한 것이 ‘지덕체’라고 하지만 한국 교육은 체육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의 도덕성도 망가지고, 장기적으로는 지혜도 쌓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유상건 상명대 스포츠ICT융합학과 교수는 “체육교육은 1%의 학생 선수 문제가 아닌 99%의 일반학생의 문제”라면서 “학생 체육 활동을 증가시키기 위해 교육체계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스포츠 문화의 확산도 더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 3월부터 부산에서 시행 중인 ‘아침 체인지(體仁智)’ 프로그램은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 이는 학생들이 아침에 20분 이상 배드민턴, 줄넘기 등 운동을 선택해서 참여하는 ‘0교시 체육 활동’이다. 지난달 기준 부산 지역 초·중·고 632개교 중 410개교가 참여할 정도로 호응이 좋다. 건강 증진과 협동심, 사회성 향상에 도움을 주어 학교폭력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