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하늘나라 가서 푹 쉬고 행복하세요. 저는 선생님 말 잘 들을게요. 1학년 학생 올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사망 교사의 49재인 4일 학교에 마련된 추모공간에는 국화꽃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 학교 측이 이날 오전 9시부터 추모공간을 열면서 더 이른 시간 방문한 시민과 학생, 교사들은 눈물을 훔치며 돌아서기도 했다.
이날 오전 11시쯤 추모공간 벽면은 초등학생들이 삐뚤빼뚤 남긴 글씨부터 변화를 다짐하는 동료 교사들의 편지까지 수백장의 쪽지로 빼곡했다. 분홍색 머리띠를 하고 서성이던 한 학생은 고인을 기리는 마음들이 날아갈 새라 쪽지들의 접착면을 차례로 꾹꾹 누르고서야 자리를 떠났다.
‘공교육 멈춤의 날’로 명명된 이날 전국 각지에서는 상당수 교사가 연가·병가를 내고 지난 7월 숨진 서이초 교사를 애도했다. 추모 현장을 찾은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교사들의 움직임에 동참하며 지지를 표했다.
이날 경기 남부지역에서 초등학교 3학년 아들과 함께 서이초를 찾은 학부모 김모(39)씨는 “선생님의 소중함을 함께 느끼기 위해 현장체험학습을 신청하고 오전 일찍부터 왔다”고 말했다.
오후 3시부터는 고인을 기리는 추모식이 서이초 강당에서 열렸다. 유족, 교직원, 교육청 관계자 등 150명이 참석해 고인의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며 편지를 낭독했다. 한 동료 교사는 “친구 하나 만들기 어려운 이 세상에서 너를 동기로 만나서 감사하고 행복하다”며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그곳에서만큼은 행복하길 기도한다”고 눈물을 쏟아내 참석자들을 숙연케 했다.
또 한 명의 교사가 세상을 등진 서울 양천구 A초등학교 정문 앞에도 오전부터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정문 앞 300여m 남짓한 길 양옆으로 근조 화환이 겹겹이 놓였지만, 화환을 실은 트럭 행렬은 그칠 줄 몰랐다. 가족과 왔다는 시민 정모(47)씨는 “돌아가신 선생님과 함께 근무한 적 있어 아내가 특히 남 일처럼 느끼지 못하고 힘들어한다”고 울분을 토해냈다.
A초 교정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한 학생은 ‘친구들이 선생님 좋아하고 기다렸어요. 저도 기다렸는데 돌아가셨다고 해서 너무 슬펐어요. 계속 눈물이 날 것 같아요’라고 쪽지를 남겼다.
이날 오후 4시30분부터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대로에서 대규모 추모집회가 열렸다.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 집회는 비슷한 시간대 충남·대구·제주·인천·충북·충교육청 등 지방 교육현장에서도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