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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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범도 흉상 이전에 분노한 역사학자들…“역사왜곡”, “자괴감 느껴” [이슈+]

국방장관 “홍범도함 명칭 변경 검토 필요”
국힘 “홍범도 장군은 공산주의자” 규정
심용환 소장 “연해주 근거하면 다 빨갱이?”
반병률 교수 “‘자유시 참변’ 관여할 수 없었다”

정부의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추진을 두고 역사학자들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홍 장군이 공산주의자라는 주장을 펼치며 연일 흉상 이전 결정을 옹호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 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홍범도함 명칭에 대해서는 (변경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겠나 생각한다”라고 밝혔고, 국민의힘은 지난 3일 홍범도 장군을 “볼셰비키즘(소련 공산주의)을 신봉한 공산주의자”라고 규정했다.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 모습. 연합뉴스

◆“안중근 의사도 빨갱이냐?”

 

역사 전문가들은 이런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며 “역사왜곡”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중이다. 심용환 역사N교육연구소 소장은 지난 3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현재사는 심용환’을 통해 이 문제를 “역사 전공을 넘어서서 40대 중반에 처음 겪는 일”이라며 “초대 이승만 대통령 때도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군사정권시절에서도 이런 적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사진=유튜브 ‘현재사는 심용환’ 채널 캡처

심 소장은 “역대 정권을 통틀어 윤석열 정권이 유일무이하게 ‘어찌됐건 닥치고 이승만, 백선엽뿐이다’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국방부가 철거 이유로 내세우는 홍범도 장군의 공산당 가입과 좌익 전력에는 당시 역사와 배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홍범도는 주요 기반이 연해주 쪽 사람”이라며 “연해주는 원래 청나라 땅이었으나 러시아가 빼앗았다. 조선인들이 연해주로 많이 이주했는데 간도보다도 독립운동이 활발했던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민족의 심장같은 사람, 도마 안중근 의사가 연해주를 기반으로 활동하신 분”이라며 “안중근 의사는 연해주와 러시아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는 의거를 일으켰다. 안 의사는 일본군이 아니라 러시아 법정이나 국제재판소에서 ‘우리 억울함을 토로하겠다’는 의도였다”면서 “안중근 의사도 조금만 있었으면 빨갱이입니까? 친러파예요?”라고 반문했다.

 

심 소장은 또 “독립군들은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대첩에서 승리를 했지만 간도대학살 등의 일제 탄압을 당하면서 뿔뿔이 흩어졌다”면서 “러시아 영토가 된 연해주에 거주하는 조선인들은 소련이라는 공산국가에 순응하거나 새로운 근거지를 찾거나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연해주 고려인들도 빨갱이고, 조선족들도 빨갱이, 중앙아시아의 까레이스키도 빨갱이”라며 “현재의 한반도 분단체제라는 틀거리로 연해주 지역을 선택해서 살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인생을 규정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홍범도 장군의 공산당 가입과 소련을 위한 전투 참여는 고려인의 생존이나 연금 문제였다”면서 “나라 잃은 불쌍한 민족의 생존을 위한 자기희생이었다”고 말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 뉴스1

◆학계 최고 권위자, 국방부 주장 조목조목 반박

 

홍범도 장군을 연구해온 학계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는 역사학자 반병률 한국외대 명예교수 역시 “홍범도 장군은 공산주의자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반 교수는 지난 3일 KBS 9시 뉴스에 출연해 홍 장군 소련 공산당 이력을 두고 “공산주의자로서 또는 볼세비키로서 입당한 건 아니다”라며 “1927년이면, 29년부터 연금 생활에 들어가니까 개인적인 그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거기서 자기 독립군 부하들을 데리고, 소련 당국하고 이제 또 여러 가지 행정적인 문제가 있어서 한 거기 때문에 우리 흔히 얘기하듯이 혁명을 위해 사회주의 혁명을 위해서 지금 아방가르드처럼 지하 공작을 하거나 사회주의를 홍보하거나 선전하거나 이런 그런 일반적인 그런 전위정당 같은 거하고는 좀 다르다”고 설명했다.

 

국방부가 홍 장군이 1921년 ‘자유시 참변’에 관여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에 대해서도 반 교수는 “관여할 수 없었다”고 단언했다. 반 교수는 “이 분은 간도에서 간 분이기 때문에 이 결정 과정, 군 통합의 결정 과정에 이런 것에 대해서는 관여할 수가 없었고 그런 위치에도 없었고, 더군다나 특히 극단적인 그런 방법인 무장 해제 이 부분에서는 관여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다”며 “우리가 동족상잔이라고 자유시 참변을 표현하는데, 동족상잔이라기보다는 러시아 쪽의 군인들이 동원된 거고 우리 한인 병사들은 일부러 러시아 쪽에서는 참여시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홍 장군이 자유시 주변에서 무장해제 됐다는 참극 소식을 듣고 장교들하고 솔밭에서 땅을 치면서 통곡했다, 그런 회고도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국방부가 ‘봉오동, 청산리 전투에 빨치산으로 참가했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반 교수는 “오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주 기본적인 용어의 문제인데 이게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빨치산이라는 건 영어로 파르티샨이고 이제 러시아어로 파르티잔인데 이게 의용병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용병, 자발적인 비정규군인데, 의병”이라며 “홍범도 장군이 왜 파르티산에 있냐 그랬더만, 이 분은 이제 러시아에 들어갈 때 쓰는 우리가 잘 아는 그 조사표에 직업이 뭐냐 그랬더니 의병이라고 적었다. 번역된 옆에 러시아말로 보면은 파르티잔이라 돼 있다”고 했다.

 

반 교수는 “역사가로서 역사학자로서 상당히 자괴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 해석에 있어서는 당시의 국제적인 정세라든가 또 이 부분의 어떤 개인적인 여러 가지 사정들을 다각도로 좀 평가하면서 해석을 하면서 이렇게 해야 되는데 너무 단선적으로 연결 시켜가지고 소련 공산당 하면 지금 반공 북한 체제 연결시키고 스탈린 체제 연결시키고 이런 문제들이 있다”며 “특히 고려인들의 경우에 지금 상당히 분노한 상태다. 정신적인 지주로 했던 홍범도 장군이 이렇게 한국에서 이렇게 매도된 거, 그리고 자기들의 어떤 자신이 어떤 매도되고 모멸되고 무시당하는 것, 정신적으로 엄청난 상처를 받고 항의 전화를 많이 받고 있다”고 했다.

 

반 교수는 또 “이 분이 거기에 소련 공산당 가입했다고 해서 소련 행정 소비에트 정부나 또는 소련공산당 무슨 직책을 맡아가지고 그 사람들이 정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역할을 한 것이) 전혀 아니다. 그냥 평범한 고려인들처럼 생활한 것”이라며 “90루블 연금 갖고 이제 부족하니까 이 분이 병원에서 한 3개월 정도 경비로 일하기도 했다. 고려인 사회에서 소련으로부터 어떤 특혜를 받거나 이런 게 없을 뿐만 아니라 생활 자체도 상당히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분의 어떤 삶 자체가 말년까지도 한시도 자기 개인적인 영달이라든가 부귀영화 위해서 산 분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