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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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첫 페이지 작곡하는데만 1년 걸려… 부드럽고도 과감한 음악 들려줄 것”

오르간 협주곡 첫선

10월 롯데콘서트홀서 지휘
“작곡·지휘 모두 아름다운 일”

2017년 제네바 국제 콩쿠르 작곡 부문 역대 최연소 우승, 2018년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에서 지휘 거장 사이먼 래틀과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지휘, 2023년 스위스 베르비에 페스티벌에서 치열한 경쟁률 뚫고 세계적 지휘자 주빈 메타, 크리스토프 에센바흐 등 보조….

작곡가와 지휘자로서 이른 나이에 굵직한 경력들을 쌓아가고 있는 최재혁(29)이 다음 달 6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매일 클래식’ 공연에서 자신의 첫 오르간 협주곡을 선보인다.

차세대 작곡가와 지휘자로 주목받고 있는 최재혁이 다음 달 첫 오르간 협주곡을 선보인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조금 과장하면 첫 페이지를 10번 정도 바꾼 것 같아요. 원래 시작이 어렵잖아요. 첫 페이지를 넘기는 데 한 해가 갔고, 이후 매듭이 조금씩 풀렸죠. 그렇게 3년이 걸렸네요.”

지난 5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만난 최재혁이 앙상블(실내악) 버전으로 만든 첫 오르간 협주곡에 대해 밝힌 소회다.

최재혁은 아직 리허설(시연) 전이라 어떻게 연주되는지 들어보지 못했다면서도 12분가량의 곡에 여태껏 자신이 좋아했던 소리를 모두 담았다고 했다.

그는 “대학교 학부 때부터 대학원까지는 비슷한 음이 반복되면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마치 영원할 것 같은 음악을 쓰는 걸 좋아했다.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는 매력이 있었다”며 “그러다 5∼6년 전부터 다른 걸 시도해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어 “긍정적인 의미로 폭력적이고, 과감한 느낌의 음악이다. 리드미컬하고 빠른 템포, 다양한 화성, 이를 뒷받침하는 소음을 집어넣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재혁은 “과거에 추구하던 아름답고 부드러운 음악과 (새롭게 시도한) 과감한 음악이 따로따로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고, 그렇다면 두 음악을 융합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번에 선보이는 오르간 협주곡은 이 두 가지 미학을 잘 섞어보자는 마음으로 작곡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청소년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지휘자와 아름다운 곡을 만든 작곡가의 매력에 빠져 작곡과 지휘를 함께 배우게 됐다고 한다. “작곡이 혼자 상상을 펼치는 거라면, 지휘는 여러 사람과 어울리면서 호흡하는 작업이에요. 손끝에서 소리가 나온다는 건 공통점이죠. 굉장히 아름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재혁은 미국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함께 공부하던 친구들과 2015년 만든 현대음악 전문 연주 단체 ‘앙상블 블랭크’와 함께하는 오르간 협주곡 초연 무대에서도 직접 지휘한다. 오르간 연주는 오르가니스트 최규미가 맡았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