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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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폭 오른 택시요금에 버스요금도 10% 안팎 ↑…서민 물가 부담 커져 [한강로 경제브리핑]

지난달 택시요금이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내·시외버스요금도 10%가량 오르며 서민들의 물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대중교통 요금 상승 여파로 지난달 공공서비스 물가는 1년 1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물가뿐만 아니다. 올해 2분기 보험사의 가계대출과 연체율이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민 경제 곳곳에서 불안요소가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6일 서울 중구 서울역 택시승강장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타고 있다. 뉴시스

◆8월 택시료 지수 19.1% 상승…1999년 1월 이후 가장 큰 폭 올라

 

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공공서비스 물가 중 택시료 지수는 120.19(2020=100)로 1년 전보다 19.1% 상승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9년 1월 21.0% 상승한 뒤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0%대에 머물던 택시요금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1.5% 오른 뒤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지난 7월 17.8% 오른 데 이어 8월에는 상승률이 20%까지 육박했다.

 

지난달 택시요금 지수가 큰 폭으로 오른 것은 지난해 12월 시작된 지역별 택시요금 인상 효과가 누적된 결과다. 택시요금 인상은 지난해 12월 서울·충북지역 택시의 심야할증 요금이 오르면서 본격화했다. 올해 1월에는 울산·대구 택시요금이 올랐고, 2월에는 서울 택시의 기본요금이 인상됐다. 이어 부산·경남(6월), 인천·광주·대전·경기(7월), 충북·전북·경북(8월) 등의 택시비가 줄줄이 인상됐다.

 

시내·시외버스요금도 상승세다. 지난달 시내버스와 시외버스 요금은 1년 전보다 각각 8.1%, 10.2% 올랐다. 각각 2016년 6월(9.3%), 2020년 2월(11.4%) 이후 최대폭 상승이다.

사진=연합뉴스

대중교통 요금이 잇따라 상승하면서 지난달 공공서비스 물가는 1년 전보다 1.7% 올랐다. 2021년 10월(6.1%) 이후 2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올해 2월까지 0%대에 머물던 공공서비스 물가상승률은 3월(1.2%) 1%대로 올라선 데 이어 7월과 8월 두 달 연속 상승폭이 확대됐다.

 

보험사 대출은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6일 발표한 상반기 보험회사 대출채권 현황에 따르면, 가계대출 잔액은 6월 말 기준 133조7000억원으로, 3월 말 133조원 대비 3개월 새 7000억원이 늘어났다. 반면 기업대출은 6월 말 기준 139조4000억원을 기록, 3월 말(140조원) 대비 6000억원이 감소했다.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을 합친 전체 대출 잔액은 6월 말 기준 273조1000억원으로, 1분기 대비 1000억원이 늘어났다. 주로 신용이 낮은 사람들이 보험대출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보험대출 잔액 증가는 그만큼 서민들의 ‘돈 빌리기’가 어려워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연체율도 가계대출의 경우 2분기 말 기준 0.46%를 기록해 1분기 말 대비 0.03%포인트 늘어난 반면 기업대출은 0.22%로 1분기 대비 0.02%포인트 내려갔다. 전체 보험사 대출 연체율은 0.3%로 전 분기 말과 동일했다. 보험사가 지닌 채권의 부실 비중을 알 수 있는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43%로 전 분기 말 대비 0.15%포인트 올랐다. 기업대출에서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0.21%포인트나 올라 0.47%를 기록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간편결제 서비스’ 활성화에 일평균 이용액 8000억원 넘어서

 

지갑 없이 결제하는 삼성페이, 네이버페이 등의 간편결제 서비스가 활성화되며 올해 하루 평균 이용액이 8000억원을 넘어섰다. 간편송금 서비스도 큰 폭으로 성장해 하루 평균 이용액이 7000억원대로 늘어났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중 전자지급서비스 이용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금액은 일평균 8450억50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건수는 같은 기간 13.4% 증가한 2628만건으로 집계됐다. 간편결제 이용금액과 이용건수 모두 2016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 수준이다.

삼성페이(왼쪽)와 카카오페이 로고.

간편결제는 공인인증서 의무사용이 폐지된 2015년 3월 이후 비밀번호나 지문, 얼굴 등의 생체정보 등의 간편 인증수단을 이용한 서비스다. 삼성페이 등 휴대전화를 이용한 결제나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전자금융업자’의 결제 서비스가 이에 해당한다.

 

사업자별로는 전자금융업자가 49.2%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삼성·애플·LG 등 휴대폰 제조사는 25.1%를 기록했다. 휴대폰 제조사의 간편결제 비중은 2021년 상반기 22.1%에서 올해 25%를 넘어서며 점차 상승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애플페이가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하며 점유율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간편송금 서비스 이용금액도 일평균 746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9% 증가했다. 이용건수는 610만건으로 24.2% 늘었다. 간편송금은 휴대전화에 충전한 선불금을 전화번호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송금하는 서비스다. 토스, 카카오페이 등의 간편송금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한은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서비스 등 금융회사의 신용정보 통합관리 편의성이 늘어나 간편송금이 용이해지면서 금융소비자의 이용이 확대되고 있는 데 주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개인이 연결한 모든 개인신용정보를 조회해 분석하는 것으로, 핀테크(금융+정보기술) 업체의 자산관리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선불전자지급 서비스 이용액도 간편송금 서비스 확대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20.8% 증가했다. 선불전자지급은 미리 충전한 돈으로 대금이나 교통요금을 지불하는 것이다. 이용액의 76% 비중을 차지하는 간편송금 서비스는 이 기간 26.1%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간편결제·전자송금 서비스와 같은 전자금융이 실생활에 깊숙이 들어오면서 자금세탁과 같은 위험요소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5개 대형 전금업자에 대한 현장검사, 이들 업자를 포함한 20개사를 대상으로 한 서면점검 결과 전자금융업의 경우 비대면 거래 방식에 따라 정확한 고객정보 확인이 어려워, 자금세탁 통로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전자금융업은 회사별 자체망을 이용해 자금 이동 경로 추적이 어렵고 보유 한도(200만원)는 있으나 거래 한도가 없어 자금 이체가 제한 없이 가능한 점도 자금세탁 위험요인으로 지목된다. 예를 들어 제3자가 구매용 가상계좌에 무통장으로 입금, 거액의 물품을 구매한 뒤 본인 은행계좌로 환불받는 방식 등이다. 금감원은 전자금융업자의 경우 정보기술(IT)업체 기반의 업무환경으로 인해 일반 금융권 대비 자금세탁방지(AML) 업무 수준이 상대적으로 미흡한 것으로도 나타났다고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자금융업이 자금세탁 통로로 악용될 위험을 선제로 차단하기 위해 지속 점검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지급 실손보험금 연평균 2700억원…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필요” 

 

청구상 불편 등으로 보험소비자들이 청구하지 않은 실손보험금 액수가 연평균 2760억원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이 건강보험공단과 보험사 통계를 활용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과 2022년 보험소비자들이 청구하지 않은 실손보험금은 각각 약 2559억원, 2512억원으로 추정된다. 이 추정치는 보장 대상 본인 부담 의료비(급여 본인부담금+법정 비급여)에 실손보험 가입자의 의료비 점유율 및 실손보험 보장비율, 공제금액 미만 차감 후 비중 등을 곱한 뒤 실제 지급된 보험금을 빼는 식으로 계산됐다. 보험사 실손보험 실적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실제 지급된 보험료는 12조4600억원, 2022년은 12조8900억원이다.

의원실이 과거 지급된 보험료를 기초로 추산한 결과 올해의 경우 실제 지급되는 보험금이 13조3500억원, 미지급 보험금이 3211억원 규모로 각각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3년간 연평균으로 보면 약 2760억원 규모의 실손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은 셈이다.

 

정치권에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통해 국민 편의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의원은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병원-보험사 간 정보 공유를 통해 실손보험금 자동지급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다”며 “보험고객의 불편 해소, 연간 3000억원 규모의 잠자는 보험금 지급까지 기대되는 만큼 신속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손보험 가입자 중에선 병원이나 약국을 방문해 서류를 발급받고 제출하는 과정 등 청구가 번거로워 일부 금액을 청구하지 않는 경우가 잦은 상황이다.

 

실손보험 청구 과정 간소화를 골자로 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금 청구를 위한 전산시스템을 구축·운영하도록 하고 가입자 요청에 따라 관련 서류를 보험사에 전자적으로 전송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은 실손보험계약의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보험금을 취득할 자 또는 그 대리인이 요양기관에 보험금 청구를 위해 필요한 서류를 전자적으로 전송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요양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을 시 그 요청에 따르도록 했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지난 6월 14년 만에 국회 정무위원회 문턱을 넘었으나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소비자 단체는 청구 절차가 단순해지면 소비자 불편이 줄어들 것이라며 환영하는 입장이지만, 의료계에서는 민간 보험사의 편익만을 위한 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