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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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받아야" vs "왜 고양이만?"…길고양이 조례안 갑론을박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복아영 천안시의원, 조례안 발의
길고양이 개체수 관리·사람과의 공존 도모

“나날이 늘어가는 동물 학대 속 꼭 필요”
“세금으로 집 짓고 돌보는 것 이해 안 돼”

“길고양이는 생태계 일원으로 당연히 보호받아야 할 동물입니다. 중성화 수술로 개체수를 조절하며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자꾸 공존을 이야기하는데 이미 공존 중인 거 아닌가요? 누가 보면 멸종위기종인 줄 알겠어요. 고양이도 새끼를 낳을 정도가 되면 알아서 자기 새끼 먹여 키웁니다. 본인들이 찾아 먹어야지 왜 천안시에서 세금으로 먹여줍니까?”

민가 주변을 서성이는 길고양이 모습. 연합뉴스

야생에 사는 고양이를 보호하기 위한 ‘길고양이 조례안’이 전국 최초로 등장했다. 길고양이 개체수를 관리하고 사람과 길고양이 공존을 도모하겠다는 것인데 찬반 논쟁이 뜨겁다.

 

7일 천안시의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소속 복아영 시의원은 지난달 25일 ‘천안시 길고양이 보호 및 관리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길고양이와 관련된 조례가 발의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복 의원은 제정이유에서 “시민과 길고양이의 조화로운 공존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며 “길고양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이해를 도모하고 길고양이의 개체수를 적절하게 관리하고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조례안엔 길고양이를 보호하기 위한 여러 내용이 담겼다. 우선, 시장은 길고양이가 시민과 공존하며 살아가는데 필요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 권고가 아닌 의무사항이다. 천안시민도 이런 천안시 정책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

 

천안시 공원에 길고양이 공공급식소를 설치하는 것도 의무사항이다. 급식소 설치 및 운영을 민간단체에 맡길 수 있지만 이 경우 시가 민간단체에 예산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중성화 사업도 실시할 수 있게 명시해뒀다.

한국동물보호연합이 지난 2022년 4월 15일 서울시청 앞에서 재개발지역 길고양이 생존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례안이 발의된 지 2주가 지난 현재 찬반 논쟁이 격화하고 있다. 천안시의회 자유게시판엔 길고양이 조례안과 관련한 1585건의 의견이 올라왔다. 대부분 찬성의견이지만 이를 천안시민의 여론이라 보긴 어렵다. 고양이 관련 카페 등에서 좌표를 찍고 찬성의견을 써달라는 운동을 하고 있어서다.

 

찬성하는 이들은 학대로부터 길고양이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조례가 꼭 필요하다고 본다. 한 누리꾼은 “나날이 늘어가는 동물학대 속에서 길고양이 조례안은 꼭 필요한 사안”이라고 했다. 다른 누리꾼은 “법이 있어야 여러 무지한 사람들도 경각심을 가지게 된다”며 “조례가 통과되면 다른 지자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고, 이를 통해 한걸음 더 발전하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야생에서 살아가는 고양이를 세금으로 지원해야 할 이유가 없고, 많은 동물 중 고양이만 지원하는 것도 옳지 못하다는 것이다. 한 누리꾼은 “이미 개체 수가 포화 상태인 야생동물에게 왜 세금으로 집을 지어줘야 하고, 왜 집을 지어줘야만 공존이라는 것인지 정말 이해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다른 누리꾼도 “고양이 때문에 피해를 보는 공원 이용자들이나 인근 거주자들에 대한 대책은 세우고 조례안을 발의한 것이냐”고 했다. 천안시의회는 오는 13일 조례안을 심의한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