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중국에 거점을 둔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조직을 중국 공안과 공조를 통해 일망타진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7일 중국 칭다오시에 근거지를 둔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원 16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검사와 검찰 수사관을 사칭해 피해자 68명으로부터 27억원을 뜯어낸 혐의(범죄단체 조직·가입·활동 및 사기)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조직 소속 중국동포 3명과 한국인 13명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보이스피싱 범행을 지속해 왔다. 총책인 중국동포 박모(38)씨는 지난해 12월 칭다오시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조직원을 고용했다. 상담원끼리도 사칭할 신분을 검사와 검찰 수사관으로 분담해 전화사기를 벌였다.
경찰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 피해 사건을 수사하다가 한국인 피의자 일부를 사전에 확인해 지난달 국내에서 3명(구속 2명)을 먼저 검거해 송치했다. 이 중 한 명인 조직원 김모(29·구속)씨는 조직을 탈퇴하려다 지난 6월 중국 현지에서 둔기로 폭행을 당하고 아킬레스건이 끊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김씨 인적사항을 특정하고 수배명령을 내렸던 경찰은 치료를 위해 입국한 그를 공항에서 체포했다. 김씨 진술을 통해 경찰은 추가 피해자를 확인하고 칭다오시 사무실 위치를 특정할 수 있었다. 결국 조직 탈퇴를 시도하던 동료에 대한 무자비한 폭행 때문에 덜미가 잡힌 셈이다.
경찰은 이후 중국 사무실 위치 등을 중국 공안에 제공하며 공조수사를 요청했다. 중국 공안은 지난달 24일 사무실을 급습해 총책 박씨와 조직원 12명(한국인 10명, 중국인 2명)을 현장에서 검거했다. 급습 당시에도 조직원들은 범행을 벌이고 있었다. 경찰은 이들 송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추가 구속 필요성은 국내 송환 뒤 조사를 거쳐 판단할 계획이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포함해 지난해 11월부터 보이스피싱 조직 11곳의 조직원 42명(구속 19명)을 검거했다. 특히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해외를 거점으로 삼은 보이스피싱 조직을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범행을 진행 중인 보이스피싱 조직을 특정, 국제 공조를 통해 일망타진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범인들의 인적사항을 특정할 수 있는 수사기법과 탄탄한 국제공조의 기반이 마련된 만큼, 조직원들을 끝까지 추적 검거함으로써 피싱 범죄를 반드시 근절시킬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