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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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킬러문항 배제 호평받은 9월 모평, 사교육 근절 계기돼야

정부의 킬러 문항 배제 방침을 처음 적용해 그제 치른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9월 모의평가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학생들을 당혹하게 하는 초고난도 킬러 문항을 출제하지 않고서도 지난해 수능과 유사한 난이도를 유지한 것이다. 킬러 문항을 내지 않으면 너무 쉬운 ‘물수능’이 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씻어내 다행이다. 킬러 문항 출제를 중심으로 사교육 시장에 형성된 카르텔을 깨뜨릴 수 있다는 희망이 보여 긍정적이다.

그제 모평 국어 영역에서는 지문을 EBS 교재와 연계해 난도를 낮추면서 종합 사고를 요구하는 문제들이 출제됐다. 낯선 개념과 다양한 배경지식이 없으면 풀기 어려운 킬러 문항 대신에 지문은 친숙한데 골라야 하는 선택지가 까다로운 문제들이 나온 것이다. 수학 영역은 세 가지 이상의 개념이 결합하거나 대학 수준의 개념을 배제함으로써 다소 쉬웠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영어 영역도 추상적인 지문이 줄고 어휘 수준이 평이했으나 ‘매력적 오답’이 있거나 생각을 요구하는 문항이 많았다. 11월 2024학년도 수능에서 이 기조가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어서 수능에 일대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할 만하다.

9월 모평 채점과 분석을 해봐야겠지만 중상위권 변별력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초고난도 문제가 사라지면서 최상위권 변별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최상위권에서 만점자나 동점자가 지나치게 많을 경우 대학 지원에 큰 혼란이 일 수밖에 없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남은 기간 최상위권 변별력을 제고할 방안을 고민하면서 출제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다만 상위·최상위권에겐 시험이 쉽게 느껴져 한번 더 해볼 만하다는 반수·N수생들의 수능 재도전이 늘어날 게 분명하다.

이번 모평은 공교육과 EBS 공부만으로 충분히 수능에 대비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줬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동안 대학수학 능력을 평가하는 수능에서 대학 교수조차 풀기 어려운 문제들이 출제되면서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기형적인 구조였다. 교사들이 학원에 킬러 문항을 만들어주고 돈을 받는 카르텔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번 9월 모평이 학부모와 학생들 부담만 키우는 사교육을 근절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당국이 수능 출제 방침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공교육 정상화 방안을 펼치고 교사들이 자기개발 등을 통해 수업 수준을 높여간다면 이루지 못할 일이 결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