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쇼크가 다시 한국경제를 덮쳤다. 국내에서 많이 수입하는 두바이유는 6일 내리 오르며 배럴당 91달러대로 치솟았고 브렌트유도 지난해 11월 이후 10개월 만에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했다. 양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각각 하루 100만배럴, 30만배럴 감산을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한 탓이다. 조만간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시대에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유가 상승은 에너지 해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 치명타다. 에너지의 94%를 해외에서 들여오고 원유의존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고유가는 불난 물가에 기름을 붓고 성장과 경상수지도 악화시킨다. 가뜩이나 올해 1%대 성장조차 위태로운데 고물가와 경기침체가 중첩된 스태그플레이션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어제 고유가와 중국 경기불안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경기가 제약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올 하반기 경기회복이 기대보다 더디고 내년에는 중국의 부동산발 경기침체로 한국경제 성장에 하방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고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동차, 철강, 조선, 철도 등 국가기간산업에서는 파업위기까지 고조된다. 현대·기아차, HD현대중공업, 포스코 노조가 기본급 인상도 모자라 성과급과 정년연장 등까지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할 태세다. 이 지경인데도 정부의 위기감은 찾기 힘들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하반기에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는 ‘상저하고’만 되뇌며 “4분기 중 수출이 플러스 전환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도 “9월 이후에는 상저하고 전망이 지표로 나타날 것”이라고 한다. 오죽하면 막연한 낙관론을 펴는 정부가 더 무섭다는 말이 나올까.
이제야말로 경제주체 모두가 경각심을 갖고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정부는 비상한 각오로 스태그플레이션을 막을 수 있는 비상체제를 가동하고 고유가 장기화에도 대비해야 한다. 유류세 인하 연장과 같은 미봉책으로는 어림없고 서민 부담을 덜 수 있는 창의적이고 비상한 대책을 짜내야 한다. 범국민적 에너지 절약운동이 절실하고 기업들은 에너지 과소비·저효율 구조를 확 바꿔야 한다. 한전에 따르면 전력소비를 10% 줄이면 연간 에너지수입액이 15조원 감소하고 무역수지는 60%가량 개선된다. 노조도 자기 밥그릇만 챙기는 이기적인 행태에서 벗어나 경제난 극복에 동참해야 마땅하다.
[사설] 고유가 충격에 파업 먹구름까지… 비상 대응체제 가동을
기사입력 2023-09-07 23:38:13
기사수정 2023-09-07 23:3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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