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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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면세점 메운 ‘유커 행렬’… 양손 쇼핑백 ‘인증샷’도 [뉴스 투데이]

中 단체관광 재개로 업계 활기

사드·코로나로 막혔던 관광길 열려
곳곳서 중국어… 화장품·홍삼 관심

업계, 中 여행사 설명회 등 마케팅
입점 백화점도 덩달아 매출 늘어
“이달 말 中 황금연휴 대목 기대”

7일 오후 3시쯤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은 평일인데도 쇼핑을 즐기러 온 외국인들로 북적였다. 백화점과 이어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면세점에 진입하자 여기저기서 시끌벅적한 중국어가 들려왔다. 중국인 관광객들은 스마트폰으로 쇼핑 장면을 촬영하거나 길게 늘어진 영수증 사진을 찍으며 한국 쇼핑 ‘인증샷’ 남기기에 분주했다. 양손에 쇼핑백을 들고 삼삼오오 화장품과 홍삼 등 한국 브랜드 상품을 둘러보는 중국인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화장품 매장 직원 A씨는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단체관광객도 이제 막 풀렸기 때문에 중추절(9월29일)과 국경절(10월1일) 황금연휴가 가장 대목이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길게 줄 늘어선 中 관광객들 7일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지난달 중국 정부가 자국민의 한국 단체관광을 허용하면서 한국을 찾는 유커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남정탁 기자

중국 상하이에서 온 자오밍(35·여)씨는 “4년 만에 한국에 다시 와 너무 기쁘다. 유명 브랜드들이 잘 갖춰져 있어 선택의 폭이 넓어 좋다”며 “블로그를 통해 구매할 스킨케어 제품을 정해왔는데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면세업계가 6년여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유커(游客)들로 활기를 되찾고 있다. 면세점들은 유커들을 겨냥한 각종 프로모션과 쇼핑 편의는 물론 국내에서 활동하는 중국인 여행 가이드를 초청해 설명회를 여는 등 유커 맞이에 여념이 없다.

이날 면세업계에 따르면 중국 여행사 대표단 130여명은 전날 롯데면세점 명동본점과 신세계면세점 명동에 방문했다. 이들은 포시즌관광 여행사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팸투어 단체다. 중국여행업협회와 해협국제여행사를 비롯해 100여개 업체 관계자로 구성됐다.

여행사 대표단과 함께 롯데면세점을 찾은 두시엔중(杜?忠) 중국여행업협회장은 “중국 아웃바운드 관광업계는 방한상품 기획 및 여행객 모집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며 “한국은 면세점과 로드숍 등 쇼핑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고 맛집과 볼거리 등 콘텐츠가 풍부해 중국 현지에서 손꼽히는 여행지”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31일에는 중국 크루즈 관광객 350여명이 롯데면세점 제주점을 찾았다. 이들은 2017년 3월 이후 6년 5개월 만에 제주도를 찾은 중국발 크루즈 단체관광객이었다.

 

신라면세점도 중국 국유 기업인 중국청년여행사(CYTS)를 통해 한국행 첫 패키지 단체관광객을 유치했다. 이들은 한·중 수교를 기념해 수교 31주년 당일인 지난달 24일 공항을 통해 한국에 입국했다.

CYTS는 중국에서 두 번째로 큰 여행사다. 2015년 메르스 사태로 한국 관광 산업이 침체를 겪을 당시, 신라면세점과 상호 협력해 중국 관광객 유치 활동을 펼친 바 있다.

중국 단체관광객들이 속속 국내로 들어오면서 면세점 업계도 분주하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사태로 2017년 3월부터 한국행 단체 비자 발급이 중단된 지 6년5개월 만이다.

롯데면세점은 최근 국내 관광업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국어 가이드를 위한 설명회를 진행했다. 지난 5일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열린 가이드 초청행사에 총 200여명의 중국어 가이드가 참석했다. 롯데면세점은 관광업계 종사자와의 협력관계를 돈독히 하고, 유커 대상 면세점 쇼핑 혜택을 널리 알리기 위해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 경기 침체로 유커들의 구매력이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회복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면서도 “면세업계에서는 중국 단체관광 허용 자체만으로 엄청난 호재이기 때문에 브랜드 강화와 프로모션 확대 등 여러 가지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유커들이 면세점을 찾으면서 백화점도 동반 상승효과를 낼 전망이다. 시내 면세점들은 대부분 백화점 건물에 함께 입점해 있는데, 중국 관광객들이 면세점을 방문하면서 백화점도 함께 들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면세점과 백화점들은 유커를 맞이하기 위한 만반의 채비를 하고 있다. 중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화장품이나 패션 브랜드를 확대하고 K팝 아티스트의 뮤직비디오가 상영되는 대형 미디어 파사드와 예술작품까지 마련했다.


박미영 기자 mypar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