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메인메뉴는 팟타이와 치킨가스입니다. 많이 드세요!”
팟타이, 치킨, 아보카도 샐러드. 인스타그램 감성 식당의 메뉴같다. 하지만 최근 경험한 예비군 대대 병영식당 점심 메뉴다. 예비군 입영훈련 1일차,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에 들어서자 역전의 용사들을 웃는 얼굴로 맞아주는 이가 있다. 예비군 대대 군수부사관이다. 그는 연신 밝은 미소와 함께 음식을 권했다. 이국적인 맛의 팟타이와 닭 다리 살로 바삭하게 튀겨진 치킨가스가 인상적이었다. 아보카도 샐러드도 제몫을 다했다. 발사믹 소스와 방울토마토가 어우러져 더위에 지친 입맛을 돋웠다.
지난 6일 정오 예비군 훈련을 위해 다시 입영했다. 계획된 훈련은 총 28시간으로 2박3일 동안 진행됐다. 상반기 10시간을 이수해 이번 훈련에서는 18시간만 이수하면 됐다. 전역 후 2년여 만에 다시 경험하게 된 군대 생활은 한편으론 반가우면서도 ‘짬밥’이라고 불리는 병영식이 어떠할 지는 걱정이었다. 대다수 예비군이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훈련 때 맛본 병영식은 이전 병영 시절 체험한 식단과 달랐다. 부실한 예비군 식사는 인터넷 게시판의 단골 화제였는데 최근 예비군 대대에서 소화시킨 네 끼 식사는 문제 사례와 대비되는 정찬이었다.
◆“군대밥이 맛있어서 엄청 놀랐어요.”
훈련에 참여한 동료 예비군들은 식사에 대해 하나같이 입을 모아 칭찬했다. 병영식으로 예비군 입맛을 사로잡기까지는 세 끼 식사면 충분했다. 이튿날 아침 식사를 마친 뒤 옆자리 예비역에게 맛 평가를 부탁했다.
인천시 계양구에 거주하는 3년차 예비역 중위 조모(28)씨는 병영식 맛에 놀랐다고 한다. 조씨는 “군대밥이라 기대하지 않았는데 정말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며 “사회에 있는 여느 식당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다”고 칭찬했다.
인천시 부평구에 사는 3년차 예비역 중사 이모(29)씨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씨는 “밖(사회)에서도 아침을 잘 먹지 않는데 예비군 덕분에 아침을 챙긴다”며 “오랜만에 집밥 같은 식사다운 식사를 했다”고 멋쩍은 듯 말했다. 이튿날 아침 메인메뉴는 사골우거지국과 오징어볶음이었다.
그러다 문득 ‘간부 예비군 훈련이기 때문에 식단이 좋은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이 생겼다. 예비군 대대 동원장교에게 물어봤다. 동원장교는 “우리 부대에서 용사 출신 예비역은 입영훈련을 진행하지 않는다”며 “그러므로 일반 예비역은 업체와 연계해 도시락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훈련 간 제공된 음식은 부대 장병이 평소에 먹는 식사와 같은 수준이다”라고 덧붙였다. 당일 훈련 예비군을 위한 도시락 품질은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이 부대 현역 장병이 평소 먹는 식단 품질은 확인한 셈이다.
◆“옛날 군대랑은 많이 달라졌죠?”
물론 부대와 간부, 특히 취사병 역량에 따라 병영식 질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또 지난 2년 간 병영 식단이 지속적으로 개선됐을 터다. 하지만 그런 점을 차치하더라도 이날 입영한 예비군 대대 음식 맛은 특별했다. 취사를 담당하는 간부와 취사병, 실장님의 노고로 만들어졌으리라 생각한다.
올해 28년차인 예비군 대대 군수부사관 이모 상사는 “이 부대에서 근무한 지는 이제 3개월째”이라며 “제가 주도해 음식을 만들지만, 취사병과 실장님 두 분이 계신 덕분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훈련 기간 제공되는 식단은 육군 표준식단이고, 예비군 훈련에 맞춰 나온 증식비로 음료나 라면 등도 예비군 대원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팟타이, 아보카도 샐러드도 병영 표준식단이냐는 물음에 이 상사는 “팟타이와 아보카도 샐러드 둘 다 표준식단에 포함된 것이다”며 “옛날 군대 식단과 다르게 다양한 음식이 나와 저도 놀라고 있다”고 웃으며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