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7월 경상수지가 3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면서 상품수지가 넉 달 연속 흑자를 낸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 최근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상승세를 보이는 국제유가 등 불안 요인도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올해 7월 경상수지는 35억8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 4월 7억9000만달러 적자에서 5월 19억3000만달러 흑자로 전환한 뒤 6월(58억7000만달러 흑자)에 이어 3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경상수지란 국가 간 상품·서비스의 수출입 및 자본·노동 등 생산요소의 이동에 따른 대가의 수입과 지급을 종합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대외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된다.
7월 경상수지 흑자 폭은 1년 전(17억달러)보다 18억8000만달러 커졌다. 다만 1∼7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60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기(265억7000만달러)와 비교해 약 77% 급감한 상태다.
이동원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지속되는 것이 분명해졌다”며 “여러 경제전망 기관이 경상수지의 경우 상반기에 흑자 규모가 작고 하반기에 큰 폭 늘어나는 ‘상저하고’의 모습을 예상하는데, 이러한 모습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7월 경상수지를 항목별로 나눠보면 상품수지가 42억8000만달러 흑자로, 지난 4월부터 4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수출과 수입 모두 1년 전보다 줄었으나 에너지 수입 가격 하락 등으로 수입이 더 크게 줄어든 점이 영향을 미쳤다. 7월 수출(504억3000만달러)은 전년 동월 대비 14.8%(87억9000만달러) 줄었고, 수입(461억5000만달러)은 22.7%(135억9000만달러) 감소했다.
한은은 상품수지 흑자가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들면서 수출액이 수입액을 웃돌아 발생한 ‘불황형 흑자’라는 지적에 대해 선을 그었다. 이 부장은 “7월 수출 회복세는 주춤했지만 8∼9월에는 (수출) 감소세가 많이 줄어들 것 같고, 올해 4분기에는 수출 증가율이 플러스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게 되면 불황형 흑자라는 이야기가 큰 의미가 없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기가 둔화하고 있다가 회복되는 상황이지 우리 경제가 현재 불황에 빠진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7월 서비스수지는 25억3000만달러 적자를 냈다. 지난 6월 적자 폭(-26억1000만달러)보다는 소폭 줄었으나, 전년 동월(-7000만달러) 대비로는 적자 규모가 24억달러 이상 늘었다. 세부적으로 여행수지 적자 폭(-14억3000만달러)이 1년 전(-8억4000만달러)보다 6억달러 가까이 급증했고, 운송수지 흑자 규모(9000만달러)는 1년 전(14억7000만달러)보다 13억달러 이상 급감했다. 본원소득수지 흑자 규모(29억2000만달러)는 지난 6월(48억5000만달러)보다 적었지만, 지난해 7월(26억2000만달러)보다는 많았다.
경상수지 흑자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연말까지 이어질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원유 감산 연장 여파로 가파르게 오른 국제유가가 연말까지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우리 경상수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원유 관련 수입액이 증가하고, 이는 상품수지 흑자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 부장은 “지금까지는 상품수지에 국제유가 상승이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면서도 “국제유가 상승세가 오는 12월 말까지 이어진다면 상품수지 흑자를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