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정권 수립(9·9절) 75주년을 하루 앞둔 어제 수중에서 핵공격이 가능한 전술핵공격잠수함 ‘김군옥영웅함’을 건조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실전 배치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진수식에 참석해 “이 잠수함은 각이한 위력의 핵투발 수단들을 다량 탑재하고 임의의 수중에서 적대 국가들을 선제 및 보복타격할 수 있는 위협적인 수단”이라고 밝혔다. 신형 잠수함에 중·단거리 SLBM을 탑재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수중 핵공격 위협이 현실화한 만큼 한·미 안보당국의 비상한 대응이 시급하다.
북한이 처음 공개한 전술핵공격잠수함은 로미오급 개량형(3000t급)으로 추정된다. 공개한 사진을 보면 큰 발사관이 4개, 작은 발사관이 6개가 있다. 4개에는 중거리 SLBM인 북극성-3·4·5형을 탑재하고 나머지 6개엔 미니 SLBM을 장착할 것으로 보인다. 핵어뢰로 알려진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 탑재도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지난 3월 최종 개발시험을 했다며 공개한 ‘해일’은 핵탄두를 장착한 수중 드론을 물속에서 폭발시켜 방사능에 오염된 ‘핵쓰나미’로 적에게 타격을 가하는 무기다. 우리 군의 킬체인과 미사일방어체계 보완이 시급하고, 북한 잠수함을 상시 추적·파괴할 수 있는 한·미·일 대잠 작전 역량 확보가 긴요해졌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 계획돼 있는 신형 잠수함들 특히 핵추진잠수함과 함께 기존의 중형 잠수함들도 발전된 동력체계를 도입하고 전반적인 잠항작전능력을 향상시키겠다”고 했다. 전술핵공격잠수함에 이어 핵추진잠수함도 건조하겠다는 얘기다. 북한이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려면 소형 원자로 기술 및 잠수함 설계 기술이 필요하다. 이르면 다음 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무기 거래 조건을 논의할 것으로 보이는 김 위원장의 방러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원자력을 동력으로 쓰는 핵잠수함은 재래식 디젤 잠수함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속도가 빠르고 연료를 교체할 필요가 없어 장기간 은밀한 작전 수행이 가능하다. 북한이 핵잠수함까지 보유한다면 태평양 깊숙한 곳에서 핵탄두를 탑재한 SLBM을 쏠 수 있게 된다. 동북아 힘의 균형을 깨뜨리고 역내 안보를 위협하는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합동참모본부는 어제 “정상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모습은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지만, 경계심을 늦출 사안이 아니다.
북한이 핵 장착 SLBM을 보유한 상황에서 무제한 잠항이 가능한 핵추진잠수함까지 갖게 되면 우리의 북핵 감시는 무력해질 것이다. 김 위원장과 푸틴의 거래를 주시하고 핵추진잠수함 등이 현실화되면 비상사태로 간주,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 대응해야 한다. 미국은 지난 3월 대중(對中) 견제 전략 강화 차원에서 호주에 최대 5척의 핵추진잠수함을 판매하기로 했다. 호주 못지않게 핵잠수함이 필요한 나라가 한국이다. 우리도 미국과 협의를 거쳐 핵잠수함을 도입하거나 자체 건조를 적극 추진할 때다.
[사설] 北 핵공격잠수함 건조… 우리도 핵잠 도입 본격 논의해야
기사입력 2023-09-08 22:45:14
기사수정 2023-09-08 22:45:13
기사수정 2023-09-08 22:45:13
SLBM 실전 배치 단계 진입한 듯
김정은, 핵추진잠수함 건조 지시
임박한 북·러 정상회담 주시하길
김정은, 핵추진잠수함 건조 지시
임박한 북·러 정상회담 주시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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