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가까이 이어진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진 대전 유성구 초등학교 교사가 도움이 필요한 환자들을 위해 신체조직을 기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40대 여교사 A씨의 유가족은 지난 7일 오후 6시쯤 A씨 사망선고를 받은 뒤 신체조직(피부) 기증을 결정했다. 기증된 A씨의 신체조직은 향후 긴급 피부 이식 수술이 필요한 화상 환자 등 100여명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A씨의 유가족들은 평소 A씨의 신념을 지키고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대전지역 온라인커뮤니티에는 ‘마지막까지 선생님이셨습니다. 어려운 결정해주신 유가족분들께 감사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되기도 했다.
유가족의 동의를 얻어 올린다고 밝힌 게시자는 “선생님께서 영면 직후 화상 환자분께 피부를 기증하고 가셨다”며 “유가족께서는 장기 기증도 검토했지만, 상황이 여의찮았다”고 밝혔다. 신체조직과 안구를 제외한 장기기증은 통상 뇌사 상태의 환자가 사망선고를 받기 전에 가능하다.
앞서 A씨는 지난 5일 대전 유성구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틀 만에 숨졌다. 대전교사노조와 동료 교사들에 따르면 그는 2019년 유성구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중 친구를 폭행한 학생을 교장실에 보냈다는 이유 등으로 해당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 고소를 당하고 수년간 악성 민원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담임을 맡고 있던 학급의 학생이 교사 지시를 무시하고, 다른 학생을 괴롭히는 등의 행동을 해 훈육했는데 해당 학생 학부모가 “왜 내 아이를 망신 주느냐”며 교육청과 학교에 민원을 제기했다고 한다. 심적 고통을 겪던 A씨는 병가를 신청했지만, 이후에도 학부모의 민원이 계속돼 오랜 기간 정신과 치료까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학부모는 이후 2020년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 수사 끝에 그해 10월 무혐의 처분이 나왔지만 A씨가 올해 인근 다른 초등학교로 전근을 가기 전까지도 같은 학부모로부터 민원이 지속됐다는 게 노조와 유족 등의 주장이다. 고인은 최근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을 접한 뒤 “예전 고통이 떠올라 힘들다”고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