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간판 기업 애플이 미·중 기술전쟁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7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애플 시가총액은 이틀 만에 1897억달러(약 253조원)가 날아간 2조7760억달러로 주저앉았다. 중국 당국이 공무원들에게 아이폰 사용 금지령을 내리고 이를 국영기업 등으로 확대하려 한다는 보도들이 악재로 작용했다. 애플은 전체 매출의 19%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총알을 피할 수 없다면 과연 누가 할 수 있을까”라며 사실상 안전한 기업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듯 우리 기업들 피해도 커질 수밖에 없어 걱정이다. 아이폰 15 시리즈 공개가 임박한 애플의 올해 총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5% 감소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애플에 납품하는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국내 기업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 지난 8일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는 LG이노텍 주가가 52주 신저가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아이폰 관련 국내 부품·디스플레이주가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앞으로 미·중 경쟁 불똥이 또 어느 쪽으로 튈지 알 수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중국의 사용 금지령과 애국주의 소비에 따른 아이폰 판매량 감소는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는 국내 반도체 기업에 큰 악재다. 반도체는 우리 수출의 20%가량을 차지하는데, 반도체 불황으로 삼성전자 반도체와 SK하이닉스의 적자는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거기다가 ‘반도체 굴기’를 내세운 중국의 추격이 만만찮다. 얼마 전 중국 화웨이는 미국의 반도체 수출규제 속에서도 자국산 7나노급 반도체를 탑재한 최신형 스마트폰을 선보여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우리보다 수년 뒤진 기술이지만 무시할 수 없는 성장세라고 한다.
정부와 업계가 손잡고 K반도체의 위기를 헤쳐 나가야 한다. 당장 화웨이 스마트폰에 SK하이닉스의 D램이 장착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불똥이 엉뚱하게 튀지 않을까 우려된다. SK하이닉스가 화웨이와 거래했을 가능성은 없지만 미국이 수출규제를 더욱 죌 명분으로 삼기에 충분하다. 이번 일을 빌미로 불이익이 없도록 당국이 미국에 충분히 설명하고 납득시켜야 한다. 미국이 지난해 10월 대중 첨단 반도체 수출을 규제하면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공장에 대해 규제를 1년 유예한 기한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만큼 유예 연장을 이끌어 내기 위해 외교력을 집중해야 할 때다.
[사설] 中 아이폰 금지·美 하이닉스 조사… 새우등 터지는 K반도체
기사입력 2023-09-11 00:19:16
기사수정 2023-09-11 00: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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