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뉴델리에서 9일(현지시간) 개막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직접적으로 규탄하는 언급이 빠진 공동성명이 채택됐다.
외신들에 따르면 이번 공동성명에는 “유엔 헌장에 따라 모든 국가는 다른 나라의 영토 보전이나 주권, 정치적 독립에 반해 영토 획득을 추구하기 위한 무력 행사나 위협을 자제해야 한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또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복귀와 “포괄적이고 정의로우며 지속 가능한 평화” 지지를 촉구했다.
서방과 러시아 간 갈등 탓에 공동선언이 채택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 전 예상은 깨졌지만, “대부분의 회원국은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규탄한다”고 했던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 G20 공동성명에 비하면 수위가 한층 낮아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표현도 빠지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쟁’은 ‘우크라이나 내 전쟁’으로 변경됐다.
리처드 하스 전 미국외교협회 회장은 뉴욕타임스에 “공동성명은 종종 의장국의 특성을 반영한다”며 “의장국이 중국이나 러시아를 적대시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방과 러시아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자 ‘비동맹 중립 외교’의 전통을 가진 인도가 절충을 이끌어 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번 공동성명에 대해 “무력을 사용해 다른 나라의 영토나 주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중요한 원칙을 지지했다”고 의미를 부여했으나, 영국 BBC방송은 “전쟁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를 둘러싼 외교전에서 서방이 패배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올레그 니콜렌코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과 관련해 G20은 자랑스러워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반면 이번 회의에 러시아의 국제협력대사(셰르파)로 참석한 스베틀라나 루카시는 “회의 참석자 절반은 서방의 서술을 받아들이길 거부했으며, 공동선언에는 합의된 언어가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G20을 통해 아프리카연합(AU)에 회원국 지위가 부여됐다고 의장국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날 개막사에서 밝혔다. 지역 단체가 G20 회원국 자격을 얻은 것은 유럽연합(EU)에 이어 두 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