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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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문화유산도 지진 상흔… 울음소리 가득한 ‘신의 땅’ [모로코 120년 만의 강진]

피해 집중된 마라케시

각국 여행객 몰리는 천년 고도
‘미션 임파서블’ 촬영지로 유명
구도심 붉은 성벽 곳곳 무너져

모로코를 강타한 규모 6.8 지진으로 큰 피해를 본 마라케시는 11세기에 건설된 고도(古都)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올라 있다. 영화 ‘미션임파서블: 로그네이션’, ‘미이라’, 드라마 ‘왕좌의 게임’ 등에 등장하며 할리우드의 단골 촬영지로도 널리 알려졌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이번 지진은 대부분의 사람이 집에서 쉬고 있던 8일 오후 11시 11분(현지시간) 마라케시에서 남서쪽으로 약 71㎞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다. 이번 지진으로 마라케시 구도심 메디나에서 일부 건물이 무너졌고, 주민들은 혼비백산한 채 집에서 빠져나와 몸을 피했다.

구조대원들이 9일(현지시간) 지진 진앙과 가까운 알 하우즈 지역의 잔해 속에서 수색 작업을 펼치고 있다. 물레이 브라힘=AFP연합뉴스

마라케시 북부의 한 주민은 “처음 얼마간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몰랐다. 아내가 소리쳐 딸을 찾아 안고 밖으로 뛰쳐나갔다”며 “거리는 아기를 안고 우는 사람들로 꽉 찼다. 여진이 있을까 봐 모두들 집으로 돌아가기를 두려워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에 당시 상황을 전했다.

모로코 중부에 있는 마라케시는 베르베르인의 알모라비드 왕조가 1070~1072년에 건설한 도시다. 오랜 기간 정치·경제·문화 중심지였으며, 북아프리카에서 안달루시아에 이르는 서부 무슬림 지역 전역에 영향력을 미쳤다. 베르베르어로 ‘신의 땅’을 뜻하는 마라케시는 ‘모로코’라는 국명의 어원이기도 하다.

모스크(이슬람 사원)와 궁전 등 많은 중세시대 문화유산이 보존돼 있고 기후가 화창한 데다 모로코에서 가장 큰 베르베르 노천 시장과 조약돌 거리, 미로 같은 통로 등 볼거리가 많아 전 세계 관광객들을 끌어모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모로코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전 국내총생산(GDP)의 7%를 관광산업에 의존했고, 그 대부분이 마라케시와 인근 지역에 집중돼 있다. 구도심 지역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마라케시의 지붕’도 훼손 69m 높이로 모로코 ‘마라케시의 지붕’이라 불리는 쿠투비아 모스크 첨탑의 지진 전후 모습. 8일(현지시간) 밤 강진 이후 찍힌 오른쪽 사진을 보면 첨탑 지붕 주변이 손상을 입은 듯 연기와 먼지가 흩날리고 있다. X(옛 트위터) 캡처

이곳을 대표하는 문화유산 쿠투비아 모스크 첨탑(미나렛)도 이번 지진으로 일부가 파손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69m 높이의 이 첨탑은 ‘마라케시의 지붕’이라고 불린다. 현지 매체들은 쿠투비아 모스크도 파손됐다고 전했으나 손상 정도는 알려지지 않았다. 구도심을 둘러싼 유서 깊은 붉은 성벽 일부가 파손된 사실을 보여주는 동영상도 소셜미디어에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와 드라마로 전 세계인에게 많이 소개됐고 영화 산업이 발전하면서 매년 마라케시 국제영화제도 열린다. 한국 예능 프로그램 ‘장사천재 백사장’에서 백종원이 한식을 만들어 파는 제마엘프나 광장 시장이 바로 이곳에 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