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황기순이 과거 도박으로 재산을 탕진하고 필리핀에서 노숙을 하며 살았던 순간을 떠올렸다.
지난 10일 방송한 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에서는 ‘척 보면 앱니다’라는 유행어를 전파하며 인기를 끌었던 황기순이 출연해 다사다난했던 인생에 대해 이야기했다.
황기순은 80~90년대 최정상의 인기를 누리던 중 도박의 길로 빠지게 된다. 그는 “경조사를 가서 고스톱을 치는 게 재밌었다. 수입이 많으니 돈을 잃어도 재밌게 놀다가 집에 갔다. 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해도 본전 생각이 났다”며 도박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황기순은 상황이 안 좋을 때마다 돌파구로 카지노를 택했다. 그는 “30분만에 8000달러를 잃었다. 처음에 돈을 잃었을 때는 다음에 따면 된다는 생각했는데 5번 정도 가니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멈출 수가 없었다. 너무 깊은 구덩이가 파져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시작했던 도박은 황기순을 결국 중독으로 이끌었고, 1997년 뉴스를 통해 그의 해외 원정도박 사건이 알려져 큰 충격을 안겼다. 전 재산을 탕진한 그는 필리핀에서 노숙을 하며 도피 생활을 하기도 했다고.
황기순은 당시 자신에 대한 뉴스가 보도된 것에 대해 “무대에서 장막이 내려오듯한 느낌이었다. 몸이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내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죽어야 하나, 어떻게 죽어야지. 현실은 배고프고 뭘 먹어야 하는데, 밥을 먹을 기회가 생기면 배가 터질 때까지 쑤셔 넣었다. 버텨야 하니까”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이어 “김정렬 선배가 나를 만나러 필리핀에 왔다. 선배가 내게 돈 봉투를 건넸는데 봉투에 ‘기순아 죽지만 말고 살아서 돌아와라’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구나라는 게 희망이었다. 포기하려는 의지를 세워줬다”며 김정렬을 향한 고마움을 전했다.
도피 생활을 이어가던 황기순은 1998년 정부의 해외 도박사범 사면 조치에 따라 귀국했다. 그는 “어떻게 들어갈까 했는데 한국에서 해외 도피 사범 자수 기간이라고 자수하면 법적으로 죗값을 조금 감해준다고 한 제도가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1년 9개월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사복 경찰 두 분이 와서 안내했다. 정식으로 재판도 받았는데 판사가 ‘재기할 자신 있냐’는 질문을 하더라. 무조건 앞만 보고 열심히 살겠다고 했다. 그러니 ‘재기 못하면 형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하셨다”고 덧붙였다.
한편 황기순은 1997년 환치기수법으로 외화를 밀반출해 카지노에서 도박을 한 혐의로 물의를 빚었다. 그는 필리핀에서 2년간 도피 생활을 하다 1998년 스스로 귀국해 징역 8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은 바 있다.
도박 중독에서 벗어난 황기순은 이후 도박중독 극복 관련 강연, 휠체어 국토횡단, 위문 공연 등의 선행을 펼치며 재기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