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아동·노인 돌봄 서비스 민간으로 대폭 이양되나 [오늘의 정책 이슈]

정부가 아동·노인·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돌봄에 치중하던 사회서비스원 역할을 역량과 의지가 있는 민간분야 지원·육성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전임 정부의 사회서비스원 정책이 고용 창출 등 영리법인에 편중돼 정작 이들 약자 돌봄·복지 지원에는 상대적으로 미진했다는 평가에 따른 것이다.

사진=뉴스1

맞벌이와 1인가구,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 및 이용자 욕구 다양화 및 돌봄 필요 대상 확대에 따라 민·관 경쟁체제 도입이 시급하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하지만 2024년 정부 예산안에서 시·도 사회서비스원 운영비를 전액 삭감한 데 이어 새 운영지침에서 종사자 월급이나 정년에 관한 규정을 삭제하면서 공적 돌봄 기능이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보건복지부의 ‘2023년 시·도 사회서비스원 표준운영지침Ⅱ’에 따르면 정부는 새 운영지침에서 ‘서비스원을 통해 민간협업을 활성화하고 사회서비스 혁신지원을 강화, 민간 사회서비스 지원 기능 확대’라는 기본방향 조항을 신설했다. 민간기관 지원사업 목적으로는 ‘민간 사회서비스 제공기관 및 종사자에 대한 지원을 통해 품질의 전반적 제고와 이용자 삶의 질 향상 도모’가 제시됐다.

 

새 운영지침에서 ‘종합재가센터 운영’ 부문 종사자 처우 조항에서 ‘필수인력의 월급제 채용 권고 및 60세 정년 및 65세까지 재고용 가능’ 규정이 삭제된 것도 눈에 띈다. 새 지침은 급여 관련해 ‘근로 관련 법령, 사회서비스원 자체 규정 등에 따라 최저임금 이상으로 지급’한다고만 했으며 기본급(관리직군, 월급제·시급제 종사자)과 추가 복리후생 관련 지침은 삭제했다.

사회서비스은 취약계층에 대한 공적 돌봄 서비스 강화를 위해 2021년부터 경북을 제외한 각 시·도에 설립됐다. 장애인·노인 활동지원 같은 돌봄 서비스를 한 곳에서 제공하는 종합재가센터나 국공립 어린이집 등을 직접 운영하고, 감염병 유행 등으로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에 대한 긴급돌봄을 제공한다. 민간 요양시설에 대한 컨설팅과 지역에 필요한 돌봄 서비스를 연구·발굴하는 역할도 맡는다.

 

하지만 전임 정부의 사회서비스 예산은 양적으로 크게 늘었지만 특정 분야·조직에 치중됐고, 사회서비스 제공보다는 취약계층의 고용창출 등에 집중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사회적경제조직에 대한 정부 예산은 약 3182억원으로 2017년 약 2033억원보다 약 1150억원 증가했다. 사회복지시설 민간 위탁사업의 경우 공모경쟁보다는 재계약 위주로 이뤄져 효율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힘들다는 우려도 있다. 문재인정부 집권기간 중복지원을 받은 사회적경제조직(중소기업)은 2016년 39.5%에서 2020년 59.3%로 늘었다.

 

이에 윤석열정부는 국정과제 44번째 목표로 ‘다양한 공급주체가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누구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보편적 복지·돌봄체계로 사회서비스를 혁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는 사회서비스원 지원 항목(올해 148억3400만원)이 전액 삭감돼 그동안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반반씩 부담하던 인건비와 운영비를 내년도에는 전액 지자체가 부담해야 할 처지다. 정부는 2022년 159억5900만원, 올해 148억3400만원의 정부 예산을 지원했고 복지부는 내년 중앙정부 지원예산으로 133억4300만원을 기획재정부에 요청한 바 있다.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강화를 주장해온 시민단체와 학회는 사회서비스원의 '공공 책임성 강화'라는 목표가 사실상 폐기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홍영준 비판사회복지학회장은 연합뉴스에 “사회서비스원은 직접 (돌봄 노동자를) 고용해서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새로운 돌봄 모델을 만들며 민간을 견인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며 “이런 원래의 취지는 온데간데없고 사회서비스원을 보조 수단으로 사용하며 무력화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전엔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기능이 워낙 커서 민간의 반발이 심했다”며 “공공이 민간이 기피하는 서비스에 대해 직접 운영을 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월급제에 대해서는 민간과 형평성이 안맞고 종사자들이 일을 안한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근로 조건과 관련해서는 고용부의 근로 관계 법령이나 민간사업자에 대한 지침에 충분히 담겨 있어서 지침에서 뺀 것”이라고 해명했다.


송민섭 선임기자 st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