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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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건국기념일 슬로건 ‘중화민국’ 대신 ‘TAIWAN(대만)’ 사용… 독립 강조하나

대만 정부가 국경일인 건국기념일(쌍십절·10월10일) 행사 슬로건으로 공식 국호인 ‘중화민국’(REPUBLIC OF CHINA) 대신에 ‘대만’(TAIWAN)을 사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대만 건국기념일 경축 행사 준비위원회는 최근 올해 쌍십절의 주제를 ‘민주 대만, 강인과 영속 2023 TAIWAN NATIONAL DAY’(사진)라고 밝혔다. 화징췬(花敬群) 내정부 정무차장은 “지난해 국경절의 영문 슬로건이 ‘TAIWAN NATIONAL DAY’로 반응이 좋아서 올해에도 해당 영문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라며 “전체 행사의 제목에 중화민국이 있으므로 일각에서 제기하는 정치색에 대해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대만에서 독립 지지파는 국호로 중국적 정체성을 강조하는 중화민국보다 대만을 선호하며, 독립 반대파는 그 반대다.

 

대만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2020년 연임에 성공한 직후 대만 입법원(국회)은 정명(正名·이름 바로잡기)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정명운동’은 대만이 중국의 일부가 아닌 독립 국가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중국 본토와 혼동될 수 있는 기관이나 기업 등의 이름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취지로 선포됐다.

 

야권은 즉각 반발했다. 대만의 제1야당인 친중 성향 국민당의 한 입법위원은 “국가의 경축일인 중화민국 국경일 행사 슬로건에 집권 민진당 정부가 중화민국을 포함하지 않은 것은 국제사회의 웃음거리”라며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취임 당시 중화민국 총통이라고 선언하고 헌법도 중화민국 헌법이라고 규정하고 있어 이 같은 정부의 입장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만 여당 민주진보당 의원과 해외 거주 대만인 단체 회원, 지지자 등 300여명이 지난 9일(현지시간) 제78차 유엔총회(UNGA)가 열리는 미국 뉴욕 맨해튼 유엔본부 주변에서 대만의 유엔 참여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촉구하는 거리 행진을 했다. 대만인 300여명은 ‘대만의 자유를 지키자’, ‘대만을 위한 유엔’ 등의 깃발과 플래카드를 내건 채 구호를 외치면서 뉴욕 주재 중국 총영사관 앞을 출발해 맨해튼 서쪽 도로를 따라 42번가와 타임스퀘어를 거쳐 뉴욕도서관에서 거리 행진을 마쳤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