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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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韓 상부상조와 印尼 ‘고똥로용’ 정신의 융합

“우리의 꿈은 2045년까지 인도네시아를 세계 5위 경제대국 대열에 진입시키는 것입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2019년 10월20일, 집권 2기 취임식을 통해 국가 자원을 집중시키고 경제성장 목표를 달성하겠다며 밝힌 포부다. 중국, 인도, 미국에 이어 세계 4위(2억7753만명)의 인구 대국이며 세계 최대의 무슬림 국가인 인도네시아가 세계 주요국으로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경제규모는 2022년 총 3조6000억달러로 세계 5위, 인도네시아 GDP는 1조3188억달러로 아세안 경제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세계은행의 ‘아세안 리포트 2030’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경제성장률이 향후 5~6% 이상 지속할 경우, 1인당 국민소득은 1만달러를 상회하고 중국, 인도에 이어 아시아에서 세 번째 경제대국으로 올라설 것으로 예측하였다. 역내 최대면적과 인구에 더하여 풍부한 부존자원을 보유한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 개발도상국 중에서도 가장 가능성 높은 국가로 평가된다.

한동만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방문학자 전 주필리핀대사

지정학적, 지경학적, 전략적으로 중요한 인도네시아에 윤석열 대통령이 방문하였다. 한국과 인도네시아 양국 관계는 지난 50년 동안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2017년 아세안 중에서는 처음으로 양국 관계를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내용의 공동 비전 성명이 채택되었으며, 2023년에는 한국과 인도네시아 간 자유무역협정(CEPA)이 발효되었다. 현대차가 인도네시아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면서 아세안의 글로벌 전기차 생산 허브로 도약하고 있고 차세대 전투기도 공동개발하고 있다. 또한 세계경제 포럼인 G20과 중견국 연합체(MIKTA) 등 국제무대에서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K팝은 한류를 대표하며 양국 간의 문화교류 활성화와 한국의 이미지를 향상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슬람 문화권인 인도네시아에서 한류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한류 콘텐츠에 내재되어 있는 보편적인 주제와 글로벌 문화를 동경하고 있던 인도네시아 팝문화 소비자들 간의 공감대 형성 덕분으로 볼 수 있다. 한국 외교부는 지난 4월 양국 수교 50주년 홍보대사로 한류 열풍을 초기부터 주도해온 슈퍼주니어 최시원을 위촉했다.

이렇게 양국 간에 정치, 경제, 국방, 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긴밀한 협력을 유지해 온 배경에는 한국의 상부상조 정신과 인도네시아의 고똥로용(Gotong Royong) 정신이 일치하는 데 있다. ‘함께 어깨에 지다’라는 뜻의 고똥로용 정신은 1만7000여개의 섬과 1300여개에 달하는 다양한 종족으로 구성된 인도네시아 국민을 화합할 수 있게 한 중요한 가치로 작용해 왔다. 올해 양국수교 50주년을 맞아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인도네시아 방문을 계기로 앞으로 50년 아니 100년 이상 양국 간의 발전뿐 아니라 지역 평화와 경제번영을 위해서도 서로 어깨를 나누며 긴밀히 협력하는 미래 협력 파트너로 여정을 같이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한동만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방문학자 전 주필리핀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