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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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 끝에 아들 곁에 두고 숨진 여성...출산기록 無, 병원 밖 출산 가능성

직업 없이 자녀 키워
앞선 9일 네 살배기 아들을 남겨두고 숨진 40대 여성이 살았던 전북 전주시 한 빌라 현관문 앞. 아이의 것으로 추정되는 기저귀 박스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전북 전주시의 한 빌라에서 숨진 40대 여성 옆에서 발견된 아동에 대한 출산 기록이 없어 신원 파악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동의 나이는 당초 4살로 알려졌으나 정확하지 않다. 경찰 등은 해당 여성 A씨가 올해 초 지인에게 “아들이 돌(1살)이다”라고 보낸 메시지 등을 바탕으로 생후 20개월 전후로 추정하고 있다.

 

여성은 직업 없이 해당 원룸에서 1년 이상 거주했으며, 이혼 후 홀로 아들을 키우다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전주시는 “이 여성의 출산 기록 자체가 없어 아동의 나이 등 신원이 전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 7월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 2000여 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했다. 그럼에도 이 아동은 출산 기록이 없어 찾을 수가 없었다고 전주시는 설명했다.

 

의료기관 등의 출산 기록 자체가 없으면 임시신생아번호도 부여되지 않아 출생신고 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 전수조사 대상에도 포함되지 못하게 된다.

 

복지부는 “이 여성에 대해 해당 지역(전주)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의 출산 기록도 살펴봤는데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출생 미신고 아동 조사대상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임시신생아번호가 있는 미신고 아동의 경우 전수조사에 누락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이 아동이 실제로 출생신고가 되지 않았다면 ‘병원 밖 출산’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숨진 여성의 아들인지도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이 여성은 8년 전쯤에 이혼한 것으로 전해져 아동의 신원이나 친모자 여부는 경찰의 유전자 감식 결과가 나와야 될 것으로 보인다.

 

A씨는 또 이른바 ‘복지 사각지대 발굴’ 대상에는 포함됐으나 우편·전화·방문으로도 접촉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에 따르면 A씨가 위기가구 발굴대상자에 오른 것은 2021년 5월이다. 당시 건강보험료와 통신비, 가스비 등이 체납돼 5월부터 12월까지 4차례 위기가구 발굴대상자 명단에 올랐고, 이후 수익이 발생해 명단에서 제외됐다가 지난 7월 다시 발굴됐다.

 

이번에도 건강보험료와 관리비가 체납돼 발굴대상자 명단에 포함됐다. A씨는 가스비를 내지 않아 지난 5월 이후로 가스가 끊겼고, 건강보험료는 무려 56개월이나 내지 못해 체납액이 118만6530원에 달했다. 매달 5만원씩인 많지 않은 관리비도 반년간 밀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7월에 한 차례 우편을 보냈으나 A씨로부터 회신이 없었고 8월 중순에 휴대전화로 연락에도 응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4일에는 직접 사회복지 공무원들이 방문했으나 A씨의 답이 없어서 만나지 못해 그냥 돌아간 것으로 파악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A씨의 거주지가 전입신고 때 동·호수를 기재하지 않는 원룸이어서 지자체 공무원들이 건물까지만 왔다가 만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후속 조치로 이달 초 우정사업본부의 복지등기 시범사업을 통해 집배원이 직접 상황을 확인하려던 참에 사고가 일어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 수사 완료 후 A씨 가족이 시신 인계와 장례를 거부할 경우 무연고 장례를 연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출생미등록 아동의 경우 유전자 검사를 통해 가족과 후견인 지정을 논의하고, 인계를 거부할 경우 가정 위탁보호나 시설보호 조치를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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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