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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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오지여행 하고 왔다…여러분(중소기업인) 옆에서 걸을 것”

중소기업 리더스포럼서 첫 공식 연설
23분간 서서 연설…5번 박수 터져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사면 뒤 첫 공식 연설에 나섰다. 수감 생활을 ‘오지 여행’에 빗대며 연설을 시작한 이 전 대통령은 “이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며 “그저 여러분들 옆에서 걸으면서 말벗이 되겠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은 12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호텔 제주에서 열린 리더스포럼 개막식 기조연설자로 참석했다. 원고 없이 단상에 오른 이 전 대통령은 행사에 참석한 배경, 재임 당시 겪었던 위기, 중소기업인들을 위한 애정 등을 23분간 설명했다. 연설에서 “한국 사람 체질이 광우병 잘 걸린다고 하더라” 등 농담도 던졌다. 연설 중 총 5번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명박 전 대통령(왼쪽)과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이 12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호텔 제주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중기중앙회 제공

이 전 대통령이 “작년 연말 긴 여행에서 돌아와 지금 중소기업인들을 한자리에서 처음 뵙는다”며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의 요청을 받고 여러분들의 얼굴이 생각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2008년 취임 뒤 청와대 녹지원에서 중소기업인들과 만났을 당시를 회상했다. 비가 많이 왔던 그 날 30명에 가까운 중소기업인에게 훈포장을 수여했다며 “내가 기업인일 때 대통령이 되면 중소기업인들 포상을 일일이 직접 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취임 1달 뒤 광우병 사태가 터졌고, 그해 8월에는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터졌다고 언급했다. 그는 광우병 사태 당시 “여야 회담을 하면서 154개국이 수입하는데 우리만 광우병이 걸리냐고 되물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리먼 브러더스 때는 공무원과 기업 모두 힘을 합쳐 극복했다고 밝혔다. 외신들의 우려와 달리 2009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가 아닌 플러스를 달성했다며 “유럽이나 어디 해외에 가면 세계 정상들이 나를 만나고 싶어하고, 서로 내 옆에 와서 앉으려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그때는 세계 중심과 같이했다”고 부연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미소금융’을 만든 것을 성과로 꼽았다. 그는 “당시 호떡 팔던 할머니가 이자 없는 미소금융 덕에 이제 날게 됐다고 감사를 표했다”고 했다. 

 

그는 “정치하면서 표 얻을 일은 이제 없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며 정치의 뜻이 없음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저 내 옆에 함께 걸어가라’는 말을 했는데, 그분 말처럼 여러분들 옆에서 걷겠다”고 했다. 이어 “김 회장이 이번 임기 중에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연설을 마쳤다.

 

한편, 연설 뒤 이어진 만찬에서는 김 회장이 건배사로 ‘이명박’ 하면 ‘사랑합니다’를 외쳐달라며 이 전 대통령과의 각별한 친분과 애정을 강조했다.


제주=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