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청담동 주식부자' 형제, 이번엔 '코인사기' 혐의로 다시 구속 기로 [사사건건]

‘청담동 주식부자’로 알려진 이희진(37)씨와 친동생 이희문(35)씨가 구속 갈림길에 놓였다.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 합동수사단(단장 이정렬 부장검사)은 사기·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이씨 형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들은 허위·과장 홍보와 시세 조종으로 피카(PICA) 등 코인 3종목의 가격을 띄운 뒤 팔아치워 차익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 형제가 운영하는 코인 발행업체 직원 김모(34)씨도 사기 혐의로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희진씨. 연합뉴스

검찰은 이씨 형제가 코인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기소 된 피카프로젝트 공동대표 송모(23)·성모(44)씨와 범행을 공모했다고 보고 있다. 피카는 고가의 미술품을 조각 투자 방식으로 공동 소유할 수 있다며 피카프로젝트가 발행한 가상화폐다. 2021년 1월 업비트에 상장됐으나 같은 해 6월 상장 폐지(거래지원 종료)됐다. 애초 제출한 계획 이상의 물량을 몰래 발행·유통했다는 이유에서다. 코인원에선 2020년 10월 상장된 후 올해 3월 이상거래 등의 이유로 상장 폐지됐다.

 

공소장을 보면 송씨와 성씨, 이씨 형제는 2020년 9월 피카를 발행해 거래소에 상장·유통하는 '코인 공동사업' 계약을 맺고 수익을 절반씩 나누기로 했다. 송씨와 성씨가 피카프로젝트 대표로 홍보와 대외활동을, 이씨 형제는 코인 발행·관리·시세조종을 하기로 역할도 분담했다. 송씨와 성씨는 이런 방식으로 338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기고 피카 판매대금 66억원을 유용한 혐의로 서울남부지법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호재성 정보를 허위로 유포해 가격을 끌어올린 뒤 매도해 수익을 올리기로 합의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이들은 미술품을 소유하지 못했는데도 공동구매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것처럼 투자자들을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2020년 12월 코인거래소 업비트에 허위 자료로 상장을 신청해 거래소 업무를 방해한 혐의도 있다.

 

송씨와 성씨는 이씨 형제가 '청담동 주식부자'로 악명 높은 점을 고려해 동업 사실을 감추고 피카프로젝트 명의로만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희진씨는 과거 증권전문방송 등에서 주식 전문가로 활약하며 블로그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강남 청담동의 고급 주택이나 고가 수입차 사진을 올리는 등 재력을 과시했는데, 이후 불법 주식거래로 징역 3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2020년 3월에 만기 출소했다. 이들은 상장 신청 때도 동업자 이씨 형제의 존재를 숨긴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남부지법 유환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5일 오후 2시 이씨 형제와 직원 김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할 예정이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