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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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전주 母 시신 옆 미등록 아이… 의식 찾고 첫 마디가

유전자 감식 후 아이의 후견인 정해질 듯
40대 여성의 시신이 발견된 전주 서신동의 한 원룸 앞에 9일 기저귀 상자 하나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지병을 앓다 원룸에서 숨져간 친모 시신 옆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 아이가 의식을 회복하자마자 ‘엄마’를 수차례 부른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수사기관은 이 아이의 나이가 4살쯤 됐을 것으로 추정했지만, 발육 상태를 면밀히 검사한 결과 만 2세인 생후 18개월 정도로 추정된다.

 

13일 전주 완산경찰서와 전북대병원 등에 따르면, 전주에서 숨진 채 발견된 A(41·여)씨는 올해 초 친구에게 “아이가 이제 돌 정도 됐다”라고 알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병원 측이 아이의 치아 등 발육상태를 고려해 생후 18개월로 추정한 결과가 신빙성이 높은 것으로 경찰은 판단했다.

 

구조 당시 의식이 없었던 B(2)군은 전북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의식을 되찾았지만 줄곧 ‘엄마’를 찾아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지난 8일 오전 9시55분쯤 전주 서신동의 한 원룸 빌라에서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세입자가 보이지 않고 개 짖는 소리가 난다”라는 집주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119 구조대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부패된 A씨 시신 곁에서 정신을 잃은 채 쓰러져 있는 B군을 찾아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 부검을 의뢰한 결과, 여성의 사인은 ‘동맥경화’로 밝혀졌다. 경찰은 A씨가 별다른 직업을 갖지 않았었고 전기·가스비와 건강보험료, 집세 등을 체납한 점으로 미뤄 장기간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B군은 출생신고조차 돼 있지 않은 미등록 아동으로 밝혀졌다. B군의 치료비는 전북대병원이 자체 부담하기로 했다.

 

경찰은 사망한 A씨가 B군의 친모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유전자 감식을 의뢰한 상태다. 유전자 감식 결과에 따라, A씨를 대신해 B군을 돌볼 후견인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주시는 B군에게 사회복지전산관리번호를 부여했으며, A씨 유족 측에 우선 B군의 보육 의사를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만약 유족이 B군 보육을 거부할 경우 B군은 보육시설 등에 맡겨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A씨 사신을 내인사로 잠정 결론 짓고, 조만간 수사를 종결할 방침이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