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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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첫 정치인 수장’ 맞는 한전의 미래

외풍 막을 울타리 기대… 전문성 부족에 우려도

한국전력이 다음주 초 김동철 전 의원을 새 사장으로 맞을 전망이다. 200조원이 넘는 적자 등 안팎으로 위기인 한전에 62년 만에 첫 정치인 출신 수장인데, 벌써 우려와 기대가 교차한다.

한전 내부에선 민주당계 4선 국회의원 출신이자 윤석열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민통합위원회 부위원장까지 맡았던 인사가 새 사장이 되면 ‘외풍’에서 자유로워질 것이라는 평가가 있다.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에 대한 산업통상자원부 감사와 전임 사장의 사임 등에 정치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시각 탓이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전기요금 인상과 관련해 정부와 빚어질 수 있는 불협화음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정재영 산업부 차장

산업부장관과 한전 사장이 비슷한 시기 교체되는 배경에 전기요금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평가다. 앞서 산업부는 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 잠정 보류 발표 다음날, 향후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추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에너지공기업 긴급 경영상황 점검회의’ 개최를 알렸지만, 회의 1시간 전 돌연 취소했다. 업계에선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전·산업부와 이를 부담스러워하는 여당 간 엇박자라는 관측이 나왔다.

한전은 15일까지 전기요금 인상 요인 등을 산업부에 보고하는데, 18일 주주총회 이후 새 사장이 확정되는 게 다행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전은 누적된 적자 탓에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줄곧 보고해왔는데, 정치인 출신 사장이 이를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 정책들에 있어서 전문성이 부족해 정치적 판단이 앞설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에너지공대 처리 문제도 지역 정치인 출신 사장에겐 도전이 될 수 있다. 에너지공대는 문재인 전 대통령 대선공약으로 지방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3월 개교한 에너지 특성화대학교다. 한전의 천문학적인 적자가 부각되면서 발전 계열사들과 함께 에너지공대에 총 1조원가량의 출연금을 내야 하는 것도 부담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산업부는 지난 7월 에너지공대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총장 해임 건의, 징계 6명, 주의·경고 83건 등 조치를 요구했다. 에너지공대는 지난달 25일 이에 대한 재심의 신청을 했는데, 산업부는 규정에 따라 두 달 안에 재심의 결과를 내놓을 방침이다.

에너지공대 지원 예산도 줄었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2024년 산업부 예산안에 따르면 매년 250억원 규모의 에너지공대 지원 예산이 167억원으로 33% 삭감됐다. 에너지공대는 올해 한전 계열사 출연금이 1588억원에서 1105억원으로 감소한 상황에 예산까지 줄면 대학 정상 운영이 힘들다는 입장이다. 캠퍼스 완공과 정규직 교직원 채용도 늦춰질 수밖에 없다.

에너지공대는 최근 박광온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당직자들에게 ‘예산 지원’과 ‘감사 결과 철회 촉구’ 등 당 차원의 협조를 요구했다. 이 문제를 놓고 여야가 대결하는 양상으로 번질 수 있다. 지역에선 정부가 강제 통합이나 폐교를 강행할 것이라는 억측까지 나오고 있어 지역 의원 출신인 한전 사장이 어떤 입장을 표명할지 관심사다.

한전은 최근 요르단 알 카트라나 가스복합발전소와 푸제이즈 풍력발전소 지분 매각에 착수했다. 한전은 알 카트라나 지분 29∼45%, 푸제이즈 지분 40%를 매각할 계획이다. 한전은 1134억원을 투입해 알 카트라나 발전소 지분 80%를, 877억원을 투입해 푸제이즈 발전소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정치인 출신으로서는 해외 자산 매각 등 지난 5월 발표한 자구책을 어떻게 실행에 옮길지가 가장 큰 숙제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정재영 산업부 차장